근대의 꿈, 꽃나무는 심어놓고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에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회에 갔다. ‘근대의 꿈, 꽃나무는 심어놓고’ 그림전은 일제 강점기부터 근대화까지 제작된 주요작품으로 천경자,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우리나라 대표 화가들의 그림을 감상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명화전은 근대화를 통한 우리의 삶과 인식변화, 근대적 시각을 통하여 변모하는 미술작품을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또한 조선말기 왕조시대를 벗어나 근대화하려는 시기에 서양화풍에 도전한 화가들의 활동을 보니 대단하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를 본적이 있다. 실경산수화는 중국의 영향을 받아서 먹을 사용하는 세밀한 풍경화인데,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회는 서양식화법으로 현대식 그림의 시작임을 느꼈다. 그림을 살펴보니 유럽 화풍에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였는데, 140년 전부터 70년 전까지 근대화의 변천사를 볼 수 있었다. 또한 1950년대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과 높은 건물들이 들어선 서울 풍경화 등 산수화와 달리 사실적인 묘사들을 볼 수 있었다
교직에 근무할 때,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연수를 여러 번 받았다. 우리나라 미술품은 장승업 화가 이전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이후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보관한다. 현대 서양화의 시작은 고희동의 ‘자화상’과 김관호의 ‘해질녘으로’부터이다. 이어서 나혜석의 유화 ‘자화상’은 국내 최초 여성화가로 돋보이고, 그리고 이인성, 오지호, 이중섭 화가로 이어지는데 이중섭은 표현주의 작가로 그림 ‘소’가 유명하다. 그 뒤를 이어 정규 교육을 못 받은 박수근 화가가 있다. 그의 그림은 누구나 좋아하는 그림으로 ‘나무와 두 여인’, ‘아이 업은 소녀’ 등이 있다. 김환기는 추상화를 주로 그렸는데, 그의 유채화 작품으로 ‘달 두 개’가 있고, 그리고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그림은 김광섭 시의 별, 빛, 공기 등을 대입했다.
이번 전시회 작품 중 박득순 화가의 ‘서울 풍경’, 박상옥의 ‘서울의 아침’, 장우성의 ‘청년도’와 이대원 화가의 ‘창변’ 등을 보면 당시 화풍이 사람의 뒷모습을 많이 넣은 것 같다. 반 추상화로 유명한 천경자 화가의 ‘나의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그림은 여행을 다녀 온 후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린 것으로 무표정한 얼굴과 섬뜩한 눈빛에서 강렬한 힘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예술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생각해보게 한다. 전시회의 제목 ‘꽃나무는 심어놓고’는 소설가 이태준의 소설 제목에서 따왔다. 이 소설은 고향에 심어놓은 벚나무가 꽃을 피우기 전 서울로 떠난 주인공 이야기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근대화 시절의 생활상을 한눈에 보니 미래를 향한 우리의 생각들도 그려진다. 그리고 과거에서 지금으로 이어지는 세상을 관찰하면서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하다. 우리가 국내여행에서는 미술관을 잘 안가지만, 해외여행 때는 미술관을 많이 가도록 되어있다. 최근에 다녀온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싱가포르, 상하이 등에서도 미술관을 갔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활용하여 미술교육을 하고, 미술관은 미술작품을 활용하여 체험학습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모두 살아있는 미술교육을 위해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방문하여, 인문학 지식도 쌓고 여유를 즐기면서 살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