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는 지난해 대학축구계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11월에 열린 2019 U리그 왕중왕전에서 사상 최초로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매번 왕중왕전 8강 문턱을 넘지 못했던 팀이 정상권에 오르기까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한 건 남영열 감독의 젊은 리더십이었다.
남영열 감독이 이끄는 상지대는 지난해 11월 김천종합운동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성균관대와의 2019 U리그 왕중왕전 8강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사상 처음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상지대는 왕중왕전에서 기록했던 최고 성적이 8강이었지만 이 경기를 통해 마침내 징크스를 깨고 한 단계 올라설 수 있게 됐다. 당시 남 감독은 현장에 있었던 ONSIDE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좋은 경기를 했음에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역사를 써보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곧 현실이 됐다. 상지대는 이어진 선문대와의 4강전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창단 후 최초로 왕중왕전 결승전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전통의 강호 중앙대였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상지대운동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상지대는 연장전까지 중앙대와 1-1로 팽팽하게 맞서며 우승을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지만 막판 승부차기에서 3-4로 아쉽게 패하며 첫 왕중왕전 우승에 실패했다.
비록 바라던 결과는 아니었지만, 상지대는 대학축구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알리며 2019년을 만족스럽게 마무리했다. 1981년생의 젊은 지도자인 남영열 감독은 “U리그 왕중왕전을 통해 팀의 인지도가 확실히 올라갔다는 걸 느낀다. 이제 이걸 어떻게 유지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상지대는 최근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제16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 일정을 마친 뒤 바로 경상남도 산청군으로 이동해 동계훈련에 매진 중이다. 지난해 U리그 왕중왕전을 통해 꿈같은 순간을 맞이했던 상지대였지만 이제는 그 순간을 모두 잊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했다.
“지난해 좋은 성과를 냈기에 부담감이 많아진 건 사실입니다. 그동안 저희 팀이 매번 8강 문턱에서 많이 떨어졌는데 지난해에는 U리그 왕중왕전에서 준우승을 기록했고 앞서 열린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도 4강에 진입했거든요. 추계 대회부터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이 올라온 게 U리그 왕중왕전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이제는 이걸 유지해야하는 게 저에게 주어진 숙제죠.”
남영열 감독은 아직 U리그 왕중왕전 결승전을 잊지 못했다. 사상 첫 결승 무대인 것도 모자라 그 무대가 자신들의 홈에서 열렸기에 더 기억에 남았다. “지난해 왕중왕전에서 대부분의 경기를 역전승으로 마무리하고 올라왔어요. 그래서 1-1로 팽팽히 맞선 채 연장전에 돌입할 때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승부차기에서 아깝게 지고 나니 정말 아쉽더라고요.”
2020년의 상지대는 2019년의 상지대가 가진 아쉬움을 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영열 감독은 ‘유지’라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올라서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성적을 낸 만큼 올해도 우리의 모습을 유지하며 시즌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해요. 기존 선수들도 취업 등의 이유로 빠져 나갔고, 새로운 선수들도 들어왔기에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해서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하죠.”
“전반기부터 잘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난해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동일하게 준비하다보면 후반기에 다시 한 번 정상을 밟을 수 있는 기회는 찾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전 항상 상지대가 누구에게도 쉽게 볼 수 없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가지도록 만들고 싶어요. 지난해 그 성과를 낸 것 같은데 앞으로도 그 이미지는 절대 깨고 싶지 않습니다.”
남영열 감독은 자신의 축구철학이 무엇인지, 어떤 축구를 구사하는지 한 번에 설명하기 힘들다고 했다. 매 순간 유연함을 잃지 않으려는 자세 때문이다. 열린 생각이다. 남 감독은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것 외에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자신의 지도법을 바꾸기도, 새로운 걸 적용하기도 한다. 그게 선수들에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에서다.
“전 약간 카멜레온 같은 성향을 지닌 지도자라고 생각해요. 다른 지도자 선생님들을 보면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잖아요. 압박이면 압박, 패스면 패스 등 색깔이 분명해요. 사실 저도 이전까지는 패스 축구를 좋아했죠. 하지만 최근엔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매년 신입생들이 들어오고 팀이 물갈이 되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을 무조건 고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 축구철학을 고집하려면 거기에 맞는 선수들만 써야하는데 그러면 분명 추후에 문제가 생겨요. 선수들에게 내 축구철학을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의 장점을 파악하고 이 장점을 어떻게 그라운드 위에서 극대화시킬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 선수가 어느 팀과 경기할 때 자신의 장점을 잘 드러낼 수 있는지 알아야 하고 동시에 이 선수에 맞는 포메이션과 전술을 짜는 게 결국 우리 팀의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길입니다.”
남영열 감독은 권위를 버리고 열정과 열린 마음을 가진 지도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생각의 격차가 벌어지겠죠. 그건 어쩔 수 없는 현상입니다. 그럴 때마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다가서고 싶어요.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제가 언제까지 지도자 생활을 할지 모르겠지만, 지도자 은퇴 전까지 축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절대 잃고 싶지 않아요. 나이가 들어서도 열정 하나만큼은 최고의 지도자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