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여 만에 대한민국의 일상을 집어삼킨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독과 마스크가 가장 효과적인 무기라고 알려졌지만, 사재기와 품귀 현상으로 일반 시민들의 피로감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시에서는 시민들의 자구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시민들이 자원봉사를 통해 천마스크를 만들고, 소외계층 및 사각지대를 방역하는 사회적기업과 학생 등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마음이 하나로 뭉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수원시의 화두로 선정된 ‘노민권상(서로를 위로하고 돕는 사람들의 도시)’이 높은 시민의식으로 발현되고 있는 현장이다. ◇마스크 대란, 서로를 위하는 시민의 노력 “저는 재봉틀이 있으니 집에 가서 만들어 오려고요.” 2일 오후 2시께 수원시 팔달구 매산로에 위치한 수원시가족여성회관을 나오던 주민 조금숙씨(53)의 손에는 원단이 한 뭉치 들려 있었다. 오전부터 천마스크 만들기에 참여했던 조씨는 오후가 되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자 자리를 비켜주느라 재료들을 챙겨 나서는 참이었다. 마스크 부족 사태를 극복하고자 천마스크 만들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재봉실 내부에는 수십여 명의 봉사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연필과 자, 테이프, 쪽가위 등 재단용품과 함께 체온계와 손소독제, 라텍스장갑 등이 눈에 띄었다. 봉사자들이 천마스크를 만들기 위해서는 체온도 재고, 손 소독도 하고, 라텍스장갑도 끼고, 마스크도 해야 했다. 게다가 재단과 재봉, 고무줄 끼우기와 포장작업까지 분업화된 현장은 전문 공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재봉틀을 돌리는 자원봉사자들 중 커다란 덩치의 남성이 눈에 띄었다. 남편 최성수씨(48)가 디자이너인 아내 이나영씨(48)에게 배운 재봉기술을 활용해 자녀들과 함께 주말 내내 집에서 천마스크를 만들고 오늘도 봉사를 하러 온 것이다. 아내는 재단을 하고 남편은 재봉을 하며 등을 맞댄 부부는 “작은 봉사의 노력이 소외계층에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송죽동 성화마을만들기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주말 동안 삼삼오오 모여 만든 천마스크를 100여장을 가져왔고, 봉사자들이 저마다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사랑의 힘으로 만들어진 천마스크는 점점 늘어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천마스크는 기계를 통해 살균작업을 거쳐 항균 스프레이까지 뿌린 뒤 하나씩 낱개 포장됐다. 수원시는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천마스크 생산량은 당초 목표로 잡았던 1일 1000개에서 1.5~2배 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천마스크는 우선적으로 환경미화원 등 마스크가 절실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동 주민센터 등에 배치한 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던 저소득층에게도 배포할 예정이다. ◇사각지대는 드론이, 사회적기업과 학생들도 방역 뜻모아 성숙한 수원시민들의 의식은 방역 분야에서도 두드러졌는데, 가장 눈에 띄는 활동은 드론을 활용한 학교 방역이었다. 사람과자연협동조합이 방제용 드론 2대를 제공하고, 드론 조종사 자격증을 소지한 수원농생명과학고 ‘더드론’ 동아리 학생들이 재능봉사를 했고, 수원시는 방역물품을 지원하고 학교별로 안내를 하는 등의 행정지원을 더한 합작품이었다.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열흘간 장안구에 있는 42개 학교 구석구석에서 진행된 드론방역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방역에도 시민들의 힘을 모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확산하는데 도움을 줬다. 뿐만 아니라 수원지역 사회적기업에서도 방역에 힘을 보태고 있다. ㈜휴먼컨스, ㈜늘푸른세상, 이레산업, 수원지역자활센터 등 방역·소독을 하는 사회적기업과 자활기업들이 취약계층 이용 시설 소독을 지원했다. 이들은 지난 1월31일부터 지역아동센터, 어린이집, 아동보호전문기관, 의료원 및 요양원 등 지역내 취약시설 155곳에서 손잡이와 키보드, 엘리베이터 버튼 등 사람의 손이 많이 닿는 시설물까지 무료방역을 해줬다. 이들은 이후에도 방역이 필요하다고 신청한 시설에 실비만 받고 방역소독 작업을 진행해 주고 있다. 드론 방역 봉사에 참여한 안혜주 학생은 “그동안 배웠던 드론기술을 활용해 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쁘고, 학생들이 개학 후에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가격리 임시생활시설 품어낸 주민들의 성숙한 의식 코로나19의 확산을 막는데는 유증상자나 확진자와 접촉한 밀접접촉자를 자가격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일찌감치 이를 간파한 수원시는 코로나19과 확산일로로 접어들기 이전부터 지역 내에 자가격리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게 마련된 임시생활시설이 바로 수원유스호스텔이다. 지난달 말부터 수원지역 확진자들과 접촉했거나 완벽한 자가격리를 하기 어려운 사람들, 퇴원한 완치환자가 입소해 지역사회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데 협조하고 있다. 원래 농촌인적자원개발센터로 활용되던 수원유스호스텔 숙소동은 차량과 주민이 오가는 길목과 600m 이상 떨어져 있는 비교적 한적한 시설이어서 안전하게 운영이 가능한 곳이다. 게다가 수원시는 매일 두 차례씩 건물 내·외부의 방역과 엄격한 출입관리, 24시간 상황근무를 통한 격리자 건강 확인 등 운영매뉴얼을 만들어 안전하게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수원시가 선제적으로 이 시설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지역 주민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며 받아들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안전조치가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주민들의 협조 없이 격리시설을 운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수원시는 격리시설을 지정하기 전 서둔동 주민들을 설득하고 각 주민단체 및 협의회장과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청취했는데, 당시 참여한 주민대표들은 모두 “지역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서둔동 지역의 시설을 자가격리 시설로 활용하는 것을 적극 수용하며 환영한다”고 의견을 모은바 있다. 염 시장은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고 피해자인 시민들을 보듬으려는 해당 지역 주민들은 물론 마스크와 방역 등 자원봉사를 진행하는 수원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이 코로나19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