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종훈)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간 경주 월성의 해자에서 확인한 유기질 유물들에 대한 연구 성과를 내년 7월 체코 프라하에서 개최 예정인 세계적인 학술대회 ‘세계고고학대회’(World Archaeology Congress, 당초 오는 7월에서 코로나 19로 한 해 연기)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세계고고학대회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 참여하는 고고학 연구의 최고 권위를 가진 국제학술포럼으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내년 체코에서 열리는 세계 고고학대회에서 독립 부문을 별도로 기획해 5세기 고대 신라의 왕궁을 둘러싸고 있던 월성 숲의 고환경 연구 성과와 복원 청사진을 공개할 것이다.
참고로, 고환경 연구는 발굴조사만으로 알기 어려운 옛사람과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으로, 유적에서 발견되는 각종 유기 물질은 옛사람들의 먹거리와 주변 경관 등을 예측할 수 있는 단서가 되고, 당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그들이 살았던 환경을 복원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고학에서는 매우 중요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7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발굴조사단 내에 ‘고환경연구팀’을 만들어 발굴조사 단계부터 다양한 연구 시료를 확보해 고대 신라의 온전한 역사?문화 복원을 위해 노력해 왔다.
세계고고학대회를 통해 공개되는 월성과 그 주변에 대한 고환경 연구 성과는 크게 세 분야가 될 것이다.
첫째는, 신라 시대 씨앗과 열매 등 각종 식물과 곡식에 대한 연구 성과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4월까지 국내 발굴조사 상 가장 많은 수량인 63종의 신라 시대 씨앗과 열매를 월성 주변에서 확인한 바 있으며, 이후 지금은 10여종을 추가로 더 확인한 상태이다.
이렇게 수집한 식물자료에 대한 규조(珪藻).화분 분석 등의 자연과학 연구를 토대로 신라인들이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며 걷고,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5세기 신라 왕궁의 풍경을 제시할 것이다.
참고로, 월성에서 확인한 대표적인 씨앗으로는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아주까리) 등인데, 5세기 오동나무 씨앗과 피마자 씨앗이 고대 유적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연구 결과 오동나무 씨앗은 우리나라 자생종이고, 피마자 씨앗은 씨앗 이용을 위해 인위적으로 들여온 외래종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는, 동물 뼈 중에서도 곰뼈에 대한 연구 성과다.
월성에서 출토된 곰뼈를 심화연구해 당시 신라 시대 사람들이 곰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다른 유적에 비해 월성에서는 비교적 많은 곰뼈가 확인되는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 반달가슴곰의 뼈로 판단되며, 이는 한반도 곰의 계보를 추정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또한, "삼국사기"(三國史記)에 기록된 신라 사람들의 곰 가죽 이용에 대한 내용을 고고학적 자료를 통해 확인하였다.
세 번째는 단일 유적을 대상으로 환경연구를 체계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이다.
고대 경관과 날씨, 강수량과 같은 기후를 예측하고, 제의 행위 속에 녹아 있는 고대인들의 삶을 복원해내는 노력을 했으며, 이는 고고학의 최근 국제 연구의 흐름과 활용방법과도 그 궤를 함께하고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러한 연구 과정과 성과를 소개하고 확산시키기 위하여 오는 9월에 국내에서 개최 예정인 학술대회에서 고환경 연구 성과와 방향성을 우선 공유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다양하고 치밀한 고환경 연구를 통해 신라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과 환경을 복원해 나가고자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