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K5 서울특별시리그에 출전하는 FC새벽녘은 JTBC 예능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에 출연했다. 새벽녘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왕년의 유명 스포츠스타들로 구성된 축구팀 어쩌다FC를 상대로 하나로 뭉치는 끈끈함을 보여줬다.
지난 16일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K5리그 개막전에서도 새벽녘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날 경기에서 새벽녘은 벽산플레이어스FC에 0-5로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를 마친 후에도 웃는 얼굴로 서로를 격려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그들에겐 승패보다 함께 땀 흘리고 어울리는 시간 자체를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새벽녘은 노원구축구협회에 등록된 팀으로 2010년 4월 1일에 창단했다. 새벽녘의 팀 엠블럼 하단에 창단 일자가 적혀있다. 새벽녘이라는 이름은 해가 떠오르기 직전인 새벽녘에 운동을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창단 당시 노원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동대문에서 새벽에 일하는 사람을 합쳐 20여 명이 새벽 5시 30분부터 볼을 찼다고 한다.
20여 명으로 시작한 팀은 이제 정회원만 120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선수들이 모여있다. 노원구 내에서는 막강한 실력을 자랑한다. 지난 2018년에는 30대, 40대, 50대가 모두 노원구축구협회장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부터 참가한 K5리그에는 전문 선수 출신 위주로 20~30대가 나선다. 새벽녘의 작년 성적은 서울특별시리그 6개 팀 중 5위로 강등을 간신히 면했다. 올해는 좀더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게 최대 목표는 아니다. 그들에겐 ‘하나로 뭉치는’ 시간이 중요하다.
K5 개막전에 앞서 만난 남철우 새벽녘 감독 역시 성적이나 경기력보다 즐거운 추억을 이야기했다. ‘뭉쳐야 찬다’에 출연한 것에 대해 묻자 남 감독은 자랑스러운 듯 “JTBC에서 전국에 있는 팀을 알아보다가 회원 수가 많고, 다양한 연령대가 포진한 우리 팀을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때 우리는 40~50대 회원들로 팀을 꾸려 어쩌다FC를 11-0으로 이겼다. 이제 1년쯤 되는데 리벤지 매치 요청이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웃었다.
국가대표 이청용(울산현대)이 새벽녘에서 운동했던 에피소드도 들을 수 있었다. 남 감독은 “이청용이 보훔으로 이적하기 직전에 잠깐 나와서 운동했다. 이청용의 도봉중 선후배들이 우리 팀에 있고, 이청용의 집도 노원구와 가까워서 온 것 같다”며 “국가대표 선수와 같이 운동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 아닌가. 다들 정말 신기해하고, 흥분했었다”고 말했다.
새벽녘 주장을 맡고 있는 노재승은 가족 같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은퇴 이후 새벽녘에 정착했다. 노재승은 “다른 동호인 축구팀도 다녀 봤지만 새벽녘은 다르다. 120명이 한마음 한뜻이 되고, 가족 같은 분위기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운영진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면서 “비록 K5리그에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지만 우리도 ‘뭉쳐야 찬다’처럼 조직적인 힘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프로팀 충주 험멜(현재 해체)에서 활약하던 노재승은 2017년 은퇴한 이후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이제 생계로서의 축구와 취미로서의 축구를 병행하는 삶을 살고 있다. 노재승은 “본업에 충실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나와서 스트레스를 풀고, 집에 돌아가서는 가정에 충실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신 새벽녘에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새벽녘에겐 하나로 뭉치는 힘에서 나오는 기분 좋은 에너지가 있었다. 감독도, 선수도 하나 같이 웃는 얼굴이었다. 하루빨리 경기장에 관중들이 들어찬다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새벽녘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