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랜드FC가 2020 K리그2 개막전 원정 경기에서 남기일 감독의 제주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2019 FIFA U-20 월드컵에서 증명한 정 감독의 역량은 여전했다.
양 팀 모두 새로운 감독의 데뷔전이라 관심이 갔다. 그동안 부진했던 서울이랜드는 KFA 전임지도자이자 2019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성과를 낸 정정용 감독을, 창단 이후 첫 강등의 아픔을 겪은 제주는 남기일 감독을 데려와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이번 경기만 놓고 보면 제주는 자기가 가진 실력을 절반도 보여주지 못했고, 서울이랜드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서울이랜드는 대부분 예측하기로는 ‘선수비 후역습’을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주전을 보니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윙포워드가 안쪽으로 들어오는 3-4-2-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경기를 운영했는데 정 감독이 U-20 월드컵 당시 즐겨 사용하던 전술과 유사했다. 본인에게 익숙한 전술이고, 팀 스쿼드 상으로도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할 때는 오른쪽 윙포워드 김민균을 프리롤로 활용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김민균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선수인데 개인기가 준수한 편이다. 이 선수가 안쪽으로 들어와서 10번(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했다. 그러면 오른쪽 윙백이 공격에 적극 가담해 공간을 노렸다. 수비로 전환할 때도 김민균은 중앙에서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할 때는 서너 장면에서 전방압박을 실시했지만 대부분 P2(중원) 지역에서 기다렸다. P3(우리 골문) 지역으로 주저앉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P2 지역에서는 기본 포메이션에서 윙백이 내려서며 5-2-2-1, P3 지역에서는 윙포워드까지 내려서 5-4-1로 방어했다.
하지만 서울이랜드는 전반에 수비 전환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왼쪽 윙포워드 수쿠파-파수가 상대 윙백 안현범이 올라올 때 수비에 관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정 감독은 전반이 끝난 후 수쿠타-파수 대신 원기종을 투입했다. 감독 입장에서는 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전반이 끝나자마자 외국인선수를 국내선수로 교체하기는 쉽지 않은데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이 ‘신의 한 수’가 됐다. 교체 투입 이후 수비 밸런스가 좋아졌고, 교체로 들어간 원기종이 동점골까지 넣었다. 원기종은 후반 막판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지만 이는 VAR 결과 핸드볼로 판정돼 노골이 됐다. 정 감독의 결단력이 승점 1점을 가져왔다.
결론적으로 정 감독이 잘 아는 전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교체 판단을 내린 것이 주효했다. 또한 외국인선수 레안드로는 유심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스피드, 파워가 뛰어난 데다 기술적으로도 부족하지 않다. 서울이랜드가 승점을 쌓는데 레안드로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기존 스쿼드를 거의 그대로 유지했으며 홈 경기였기 때문에 제주가 일방적으로 몰아칠 것으로 봤다. 남기일 감독이 무엇을 하려는 지는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게 경기에서 잘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수비 시에는 P1(상대 골문) 지역부터 상대의 빌드업을 강하게 저지하려 했다. 3-5-2를 기본 포메이션으로 한 제주는 상대 스리백의 빌드업을 막기 위해 아길라르가 위로 올라와 3-4-3으로 변형해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P2(중원) 지역에서 기다리는 패턴도 있었지만 이날은 전방압박이 많았다. 제주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상대보다 앞선다고 판단한 남기일 감독이 도전적으로 일대일 싸움을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공격 시에는 경쟁력 있는 두 윙백인 안현범과 정운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빌드업이 눈에 띄었다. 대부분 빌드업할 때 스리백은 최대한 넓고 깊게 서지만 제주의 스리백은 좌우 간격을 좁혔다. 이를 통해 상대 압박이 가운데로 쏠리게 한뒤에 측면으로 볼을 전개해 안현범과 정운이 시간과 공간에서 유리해지도록 의도된 플레이를 했다. 그러나 안현범이 공중볼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유도했을 뿐 의도했던 플레이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제주로서는 후반 초반 아길라르가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울 것이다. 제주가 상대 빌드업 차단 이후 콤비네이션 플레이에 이어 크로스를 연결했고, 아길라르가 여유로운 상황에서 왼발 슈팅을 했으나 볼이 위로 뜨고 말았다. 만약 이 골이 들어갔더라면 서울이랜드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남 감독의 색깔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