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WK리그가 15일 개막한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 예년보다 약 두 달 늦게 막을 올린다. 개막이 늦어진 만큼 정규리그 라운드 수는 28라운드에서 21라운드로 축소됐다. 2020 WK리그에서는 데뷔 시즌을 치를 세 명의 새 사령탑들, 왕좌를 지키려는 팀과 왕좌에 도전하는 팀, 베테랑의 품격과 신인의 패기 등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만날 수 있다. 8개 팀 감독들의 개막전 출사표를 통해 2020 WK리그의 향방을 예측해보자.
인천현대제철이 통합 7연패를 달성하던 지난해 11월, 수원도시공사는 아쉬움을 삼켰다. 수원도시공사는 2010년 우승 이후 9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고, 인천현대제철을 상대로 선전했으나 1, 2차전 합계 0-1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2020 WK리그 개막전에서 두 팀이 다시 만난 것은 가히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수원도시공사와 우연치 않게 개막전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수원도시공사를 포함해 모든 팀들이 인천현대제철을 이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어느 팀이든 만만치 않기 때문에 우리는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 정성천 인천현대제철 감독
정성천 감독은 지난해 11월 부임해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치렀지만 “올해 WK리그에 처음 발을 내딛는 감독”의 마음가짐으로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통합 7연패를 달성하며 WK리그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의 존재는 정성천 감독에게 큰 힘이 된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준비과정은 어려웠지만 다른 팀들 모두 마찬가지의 상황이기에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WK리그가 개막하게 돼 기쁘다. 처음이기 때문에 다른 팀들의 플레이 스타일을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한다. 어떤 경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 인천현대제철의 가장 큰 변화는 외국인 공격수들의 변화다. 2013년부터 7년 동안 맹활약을 펼쳤던 ‘브라질 듀오’ 비야와 따이스가 떠나고, 엘리(스페인)와 네넴(브라질)이 영입됐다. 정성천 감독은 “엘리는 피지컬이 좋고 부지런한 스타일이다. 습득력이 빨라 기대가 된다. 네넴은 빠르고 1대1이 좋은 선수다. 한국인 선수들과 조화를 잘 이룬다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각각 일본과 스페인에서 복귀한 이민아, 장슬기를 비롯해, 김혜리, 심서연, 임선주, 이영주, 이소담, 강채림 등 국가대표 자원들은 정성천 감독을 든든하게 한다. 선수층이 탄탄한 만큼 아직 정해진 베스트일레븐이 없다. 정성천 감독은 “훈련을 지켜보며 선수마다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퍼포먼스가 향상되는 선수들이 많이 있다. 선수들이 한 경기, 한 경기에서 어떤 기량을 펼칠지 기대된다. 경쟁을 통해서 성장하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남은 시간 동안 과정을 지켜보며 개막전 베스트일레븐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전자 입장인 수원도시공사는 첫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 분투 중이다. 지난해 9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으니, 이번에는 우승이 목표다. 박길영 수원도시공사 감독은 “2018년에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도전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고, 2019년에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아쉽게 졌다. 2020년에는 챔피언결정전에 다시 올라가는 것은 물론 우승까지 해보고 싶다”며 굳은 각오를 드러냈다.
수원도시공사의 우승 도전은 1라운드부터 21라운드까지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약속에서 출발한다. 박길영 감독은 “7경기가 줄어든 것이 리그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리라 생각한다. 라운드마다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면서 “인천현대제철도 물론 강팀이지만 경주한수원 역시 늘 경계해야하는 팀이다. 올해 선수보강도 잘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개막전에서부터 인천현대제철을 만난 것은 수원도시공사에 더없는 자극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선전하고도 패했기 때문에 승리에 대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다. 박길영 감독은 “인천현대제철에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의 플레이를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상대가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우리가 잘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원도시공사는 지난해 공격의 핵심 역할을 하며 활약했던 마유 이케지리가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다소 전력 누수가 생긴 상태다. 그러나 문미라, 여민지, 이현영 등 실력 있는 공격수들이 남아있고, 약점으로 여겨졌던 수비조직력을 끌어올리면서 경기력을 향상시킬 준비를 마쳤다. 박길영 감독은 “지난해에는 득점과 실점이 모두 많았다. 올해는 득점을 더 올리고 실점은 내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