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WK리그가 15일 개막한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 예년보다 약 두 달 늦게 막을 올린다. 개막이 늦어진 만큼 정규리그 라운드 수는 28라운드에서 21라운드로 축소됐다. 2020 WK리그에서는 데뷔 시즌을 치를 세 명의 새 사령탑들, 왕좌를 지키려는 팀과 왕좌에 도전하는 팀, 베테랑의 품격과 신인의 패기 등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만날 수 있다. 8개 팀 감독들의 개막전 출사표를 통해 2020 WK리그의 향방을 예측해보자.
WK리그에서 중위권 팀이라 할 수 있는 화천KSPO의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최근 몇 년간 하위권을 맴돌던 서울시청의 목표 역시 마찬가지다. 변화와 변수로 가득 찬 2020 WK리그인 만큼 어느 쪽도 승부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
“화천KSPO가 올해 창단 10년차다. 욕심을 더 내보려한다. 모두 사연이 있고 근성이 있는, 동기부여가 확실한 선수들이다. 초심을 갖고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강재순 화천KSPO 감독
강재순 감독은 지난해의 화천KSPO가 “고비를 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규리그 막바지까지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있었지만, 3위 경쟁을 펼치던 수원도시공사와의 맞대결에서 통한의 무승부에 그치며 역전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강재순 감독은 “지난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올해는 고비를 어떻게 해야 고비를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다. 점점 나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실 화천KSPO는 올해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인해 전력이 다소 약해졌다. 주장을 맡았던 손윤희와 발 빠른 공격수 강유미가 경주한수원으로 이적한 것이다. 전력 누수를 메우는 방법은 물론 조직력 강화다. 강재순 감독은 “대체자원은 없지만 같이 힘을 모아 하려고 한다. 같이 하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 중에도 좋은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밝혔다.
새 주장에 선임된 선수는 이수빈이다. 강재순 감독은 이수빈에 대해 “언제나 꾸준히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베테랑 수비수 최수진과 황보람도 강재순 감독의 마음을 든든하게 한다. 세종스포츠토토에서 이적해 온 안지혜도 마찬가지다. 강재순 감독은 “공격수에서 측면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는데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강재순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인천현대제철, 경주한수원, 수원도시공사와 경쟁해야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첫 경기 상대인 서울시청을 만만히 보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서울시청에 박은선이 합류했다. 나이가 많다 해도 제공권은 확실히 위협적인 선수다. 팀을 옮기면서 동기부여도 더 생겼을 것”이라며 “전체적인 전력 면에서는 우리가 우위에 있지만 확실한 것은 없다. 어느 팀이든 붙어봐야 안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조직력이 완성된다면 우리보다 나은 상대를 만나도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상대와 상황에 맞게 빠른 전술 변화와 용병술로 임하겠다.” - 유영실 서울시청 감독
서울시청의 가장 큰 변화는 새로운 사령탑의 부임이다. 한국여자축구의 역사와 함께 해온 유영실 감독이다.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인 유영실 감독은 한국여자축구의 첫 월드컵이었던 2003 FIFA 미국 여자월드컵에서 주장으로 뛰었고, 2008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동산정산고와 대덕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다. WK리그 데뷔시즌을 앞둔 그는 “경험이 부족한 만큼 매 경기 빠른 판단력이 필요하다. 용병술에 초점을 맞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WK리그 감독 첫 해에 만난 코로나19라는 변수는 가혹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최근 수도권 확산세가 심해짐에 따라 서울시청은 현재 충북 수안보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유영실 감독은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모든 팀들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팀 빌딩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물리적으로 훈련하기 어려운 시간이 길었다. 선수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도 힘들다. 팀 빌딩보다 팀 리빌딩 싸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은 WK리그에서 최근 몇 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8개 팀 중 7위에 그쳤다. 유영실 감독은 우선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에 힘을 기울였다. 그는 “처음 서울시청에 왔을 때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동기부여에 신경을 썼다. 효율적인 훈련과 함께 생활면에서도 선수들이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도록 힘썼다”고 설명했다.
박은선, 유영아라는 한국여자축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공격수들을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가 없었던 것이 서울시청의 약점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영실 감독은 “팀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졌던 것 같다. 베테랑 선수들이 중심을 잡으면 패기 넘치는 신인 선수들이 더해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 구성에 자신감을 보였다.
유영실 감독은 “지난해 성적이 저조했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목표를 이야기할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에 비해 좋아진 선수 구성으로 우리가 하고자하는 것들을 잘 이뤄낸다면 플레이오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완전한 컨디션은 아직 아니지만, 첫 경기가 중요한 만큼 화천KSPO전에 맞춰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