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WK리그가 15일 개막한다.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인해 예년보다 약 두 달 늦게 막을 올린다. 개막이 늦어진 만큼 정규리그 라운드 수는 28라운드에서 21라운드로 축소됐다. 2020 WK리그에서는 데뷔 시즌을 치를 세 명의 새 사령탑들, 왕좌를 지키려는 팀과 왕좌에 도전하는 팀, 베테랑의 품격과 신인의 패기 등 풍성한 이야기 거리를 만날 수 있다. 8개 팀 감독들의 개막전 출사표를 통해 2020 WK리그의 향방을 예측해보자.
올해 WK리그는 8개 팀 중 4개 팀이 여성 감독이다. 베테랑 이미연 보은상무 감독을 제외한 세 명이 모두 신임 감독이다. 송주희 감독이 이끄는 경주한수원, 이지은 감독이 이끄는 세종스포츠토토는 개막전에서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재미있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보고 싶다. 올해 WK리그는 다이나믹할 것 같다.” - 경주한수원 송주희 감독
경주한수원 신임 사령탑인 송주희 감독은 한국여자축구의 1세대다. 인천레드앤젤스(인천현대제철 전신)와 충남일화천마 등에서 활약한 뒤 2009년에 은퇴했다. 여자대표팀에서도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1995년 뉴질랜드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A매치에 데뷔한 그는 2008년 3월에 열린 AFC 여자아시안컵까지 총 43경기에 나서 3득점을 기록했다. 특히 2003년 미국에서 열린 FIFA 여자월드컵에서 대표팀의 핵심 멤버로 활약했다. 미국 여자월드컵은 한국여자축구가 나섰던 사상 첫 월드컵이다.
은퇴 후 2011년부터 최근까지 8년 간 화천KSPO 코치로 지도자 경험을 쌓았던 송주희 감독은 2020 시즌부터 경주한수원을 이끄는 정식 감독으로서 새 출발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지쳐있었습니다. 리그 개막 일정이 확정되고 준비 기간이 약 한 달 정도였는데 쉽지는 않았지만 워낙 좋은 선수들이기에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정규리그가 28라운드에서 21라운드로 축소됐지만 선수권 대회와 전국체전 등을 모두 하반기에 치러야 해 일정은 더욱 타이트해졌다. 개막전도 중요하지만 길게 보고 팀을 이끌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체력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부상 관리는 중요한 변수이고요. 치료도 중요하지만 부상 방지 훈련을 통해 선수들이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신경 쓸 계획입니다. 다행인 건 저희 팀이 다른 팀보다 선수가 많아서 이를 잘 활용하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막전 상대는 세종스포츠토토다. 세종스포츠토토 역시 새로 부임한 이지은 감독이 팀을 이끈다. 신임 여성 사령탑 간의 맞대결이라 더욱 흥미롭다. “욕심을 내보고 싶습니다. 올해 WK리그 8개 팀 중 4개 팀이 여성 감독들인데 서로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경쟁 구도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좋은 선수들이 좋은 감독과 팀을 만든다’는 과르디올라의 말처럼 저도 선수들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올해 WK리그를 다이나믹한 리그로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목표요? 물론 우승입니다.”
“송주희 감독님과 친분이 있지만, 그래도 지는 것보단 이기는 게 낫죠.” - 이지은 세종스포츠토토 감독
올해 구미에서 세종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탄생한 세종스포츠토토. 코치였던 이지은 감독은 세종스포츠토토의 탄생과 함께 팀을 이끌 새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코치 생활을 하다가 처음으로 감독이 돼 맞이하는 첫 해입니다. 어깨도 무겁고 연고이전까지 해서 부담이 많이 되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본격적인 이지은 감독만의 색깔을 보여줘야 할 시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8라운드에서 21라운드로 리그가 축소됐으니 더욱 잘 대비해야 할 것 같아요. 리그 성적이 굉장히 중요하니 선수 운영을 잘해서 적재적소에 기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세종스포츠토토의 개막전 상대는 경주한수원이다. 세종스포츠토토는 구미스포츠토토였던 지난해 WK리그에서 경주한수원과 네 번 만나 2무 2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과거의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양 팀 모두 새 사령탑을 필두로 새롭게 거듭났기 때문이다. “송주희 감독님과 친분도 있고, 둘 다 처음 감독을 해보잖아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개막전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지는 것 보다는 당연히 이기는 게 낫죠.”
목표는 크게 잡지 않았다. 우선 눈앞에 있는 산부터 차근차근 넘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우리 선수들이 부상없이 리그를 치르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당장 높은 성적을 잡는 것보다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치고 싶어요. 물론 지난해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