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조선호기자] 한국전쟁 때 수복된 이후 70년 동안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토지 290만평의 ‘주인 없는 땅(무주지)’을 일궈온 경작자들에게 국가가 토지 매각을 위한 기반마련과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안이 나왔다.
이 무주지는 그동안 국가의 관리 없이 방치돼 경작권 매매, 전대 등 온갖 불법·탈법 행위가 만연해 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이하 국민권익위)는 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해안면 주민들, 관계기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현희 위원장 주재로 현장조정회의를 열고 토지 매각을 포함한 주민들의 안정적 주거 여건을 마련하게 하는 종합적 대책을 마련했다.
앞서 전현희 위원장은 3일 직접 해안면을 방문해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현장을 둘러봤다.
해안면 토지는 광복 이후 북한의 통치 지역이었다가 한국전쟁 때 8번을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 끝에 수많은 국군과 미국 해병의 희생을 담보로 1951년에 수복한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우리나라의 영토다.
당시 원소유주의 80% 이상이 북으로 피난했고 오랜 전쟁으로 척박해진 해안면 토지 관리를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는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260세대, 1,394명에 대한 軍 주도의 정책 이주를 실시했다. 이어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불모지 개간 노력 등을 고려해 이주한 주민들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헌법상 38선 이북지역이 우리 영토임에 따라 북으로 피난한 자들의 토지 소유권이 법적으로 여전히 유효한 점 ▲행정이 전후 軍 주도에서 분업·전문화되어 관련된 기관이 10여개로 늘어난 점 ▲1983년 해당 토지에 인접한 일부 토지에 대해서만 국유화 및 대부 조치를 하면서 불공정·불평등 시비까지 대두되면서 문제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이후 해안면은 온갖 불법·탈법 행위가 난무하는 무법지대가 되었는데 ▲사실상 주인이 없는 땅 수십만 평을 특정 개인이 점유하면서 대부료를 받고 경작권을 매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지뢰 매설로 위험한 군사작전지역의 무단 개간이 지속됐고 똑같이 무상으로 경작하던 토지 일부가 국유화돼 대부료가 부과되는 등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주민들은 수차례 민원을 신청했고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경작자들의 70년 한이 풀리지 않자 2017년 9월 국민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국민권익위는 먼저 고유 권한인 조정권을 발동해 법무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조달청 등 소관부처를 민원에 참여시켰다.
이어 소관 중앙부처, 공공기관,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범정부 TF를 구성하고 지난 3년 동안 현장방문과 주민설명회를 20여 회 개최하는 등 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해당 토지 국유화 및 매각, 대부 등을 통해 마련된 자금을 기금으로 조성해 북한에 살고 있는 토지소유주들의 소유권 행사에 대비하게 함으로써 문제의 결정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이러한 3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결국 ?수복지역내소유자미복구토지의복구등록과보존등기등에관한특별조치법?(이하 ’특별법조치법’)이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해당 토지를 국유화하고 경작자에게 매각하는 구체적 내용을 실질적으로 규정하는 시행령이 올해 8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민권익위는 단순한 토지 매각을 뛰어넘어 그간 낙후되어 있던 해안면을 발전시키고 주민들의 안정적 정주여건을 마련하게 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함께 시행하도록 했다.
국민권익위 전현희 위원장은 “국민권익위의 이번 조정으로 무주지 경작자들의 70년 한이 풀리게 됐고 양구군 해안면이 통일 대한민국을 대비하는 하나의 상징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국민의 입장에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정부 내 적극행정과 혁신행정을 선도하는 기관이 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