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을 정말 오래했네요(웃음).”
이슬기 심판(40)은 2000년 여름에 심판 생활을 시작해 올해로 20년이 된 베테랑 부심이다. 국제심판으로 활동한 것만 해도 16년차다. 지난 14일 열린 인천현대제철과 수원도시공사의 WK리그 경기에서는 통산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 WK리그에 참가하는 심판이 200경기 출장의 대기록을 세운 건 양선영 심판(6월 22일 WK리그 2라운드 보은상무-경주한수원에서 최초로 200경기 출장 달성) 이후 두 번째다.
선수 못지않은 꾸준한 관리와 자기 노력을 필요로 하는 심판이 리그 200경기 출장을 달성했다는 건 굉장히 뜻깊은 일이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축하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다. KFA는 인천현대제철과 수원도시공사의 경기가 열리기 전 이슬기 심판의 200경기 출장 기념패 증정식을 열어 축하했고, 이슬기 심판도 가족이 직접 준비한 떡과 식혜를 경기장 안에 있는 관계자들에게 돌리며 축하에 화답했다.
이슬기 심판은 “그동안 WK리그에서 열심히 심판을 봤지만 개인적으로 경기 출장수를 체크하지 않아 사실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도 “열심히 한 결과가 200경기 출장이라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자 심판으로서 꾸준히 오랫동안 심판 활동을 했다는 건 성실함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이슬기 심판은 “많은 경기를 꾸준히 해왔다는 게 중요하다. 후배들도 200경기 출장, 나아가 300경기 출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슬기 심판이 심판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신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심판은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대학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있었다. 우연히 신문기사를 보다가 홍은아 심판(현 FIFA 심판강사, KFA 이사)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나도 (심판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심판이 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슬기 심판은 “그 때가 2000년도였는데 당시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도 않아 KFA에 전화로 문의하고 가서 교육을 받았다. 교육 받을 때는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막상 교육을 받고 나니 ‘한 번 해보자’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20년 간 심판의 길을 걸어오면서 스스로를 다독이기 위한 다짐도 여러 번 했다. 이슬기 심판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솔직한 심정으로 ‘이 길에 나에게 안 맞나보다. 그만둬야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너무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고민해보면서 주위 선배님들과 심판강사님들의 조언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WK리그 200경기 출장을 비롯해 여자월드컵과 아시아 대회 등을 두루 경험한 베테랑 이슬기 심판은 앞장서서 후배 심판들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 심판은 후배들에게 다른 무엇보다 부담을 내려놓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도 막연히 축구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고 오랫동안 달려왔다. 축구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즐겼으면 좋겠다. 쫓기면서 하지 말고 놀 땐 놀고, 할 땐 열심히 즐기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목표는 지금의 꾸준함을 은퇴할 때까지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이슬기 심판은 “부상 없이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심판 활동을 하는 게 목표다. 나중에 은퇴를 하더라도 ‘저 심판은 참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