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2014년 준결승에서 내 페널티킥 실축으로 진 적이 있다. 그날 많이 울었는데, 2020년 결승에 와서 두 골을 넣고 이겼다. 너무 행복하다.”
전북현대 이승기가 6년 전 아픔을 씻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전북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 CUP FINAL 2차전에서 이승기의 두 골에 힘입어 울산현대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1, 2차전 합계 3-2 승리다. 전북은 2005년 이후 15년 만에 FA컵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의 1등 공신 이승기는 FA컵과 관련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전북이 FA컵 4강에 올랐던 2014년이다. 이승기는 2014년 성남FC와의 FA컵 준결승전에 나섰고, 0-0 무승부 후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유일한 실축을 범했다. 이로 인해 전북은 승부차기 4-5 패배로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그날 쓰린 패배의 눈물을 흘리던 이승기의 얼굴은 이제 기쁨의 미소로 가득했다. 그는 “2014년 준결승에서 내 페널티킥 실축으로 진 적이 있다. 그날 많이 울었는데, 2020년 결승에 와서 두 골을 넣고 이겼다. 너무 기쁘다. 정말 행복한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승기는 이번 FA컵 MVP로 선정된 것에 누구도 이견을 낼 수 없을 만큼 확실한 활약을 펼쳤다. 후반 8분 세컨볼을 놓치지 않고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동점골을 만들었고, 후반 26분에는 조규성이 내준 공을 아크 근처에서 받아 왼발 슈팅으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이승기는 “감독님이 슈팅 기회가 생기면 무조건 차라고 주문했다. 오늘 리바운드 싸움을 하면서 기회가 왔는데, 전반전에 득점을 못했기 때문에 후반전에 더 집중해서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양발을 번뜩이며 결승 2차전의 주인공이 된 이승기이지만 이전까지는 그리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매 경기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이며 묵묵히 본인의 역할을 해내지만,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포진돼있는 전북에서 주인공이 되기는 힘들었다. 이승기는 “주인공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돋보이려는 것보다는 즐기자는 마음으로 경기했다. 아직 휴대폰을 보지 못해서 실감이 나지 않는데, 많은 연락이 와 있을 것 같다”며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깜짝 교체 출전으로 현역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소화한 이동국도 이승기에게 엄지를 척 내들었다. 이승기는 “동국이 형의 마지막에 우승컵 하나 더(K리그1 우승에 이어) 들자고 선수들과 이야기했다. 오늘 경기를 하면서 동국이 형이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했는데 다같이 웃으면서 우승컵을 둘 수 있어서 좋았다. 동국이 형이 내게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라고 했다. 여러모로 기쁜 날”이라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