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백제 미륵사지와 익산박물관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통정하여 두고 / 맛동 도련님을 / 밤에 몰래 안고 간다.’는 이 노래 서동요는 고려시대 일연 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의 무왕조에 실린 향가이다. 마을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며, 삼국유사나 백제편을 보면 이런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서동이라 불리었던 백제 무왕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를 사모하여 신라땅에 가서 아이들에게 마를 주며 부르게 하였다는 노래다. 당시 백제와 신라의 정치적 긴장 관계였기 때문에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부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최근에 비둘기 창작사랑방 회원들과 익산의 백제 미륵사지와 익산박물관, 천만송이 국화전시회, 교도소 세트장으로 문화여행을 갔다. 이 문화여행은 박경섭 회장과 명금자 부회장, 신희자 사무국장이 주관하여 가을을 보내며 코로나에 지친 문화예술가들에게 화합과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미륵사는 백제 제30대 무왕이 세운 사찰로, 익산의 주산인 미륵산(과거에는 용화산이라 함)남쪽 기슭에 위치한다. 삼국유사 무왕조에는 ‘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師子寺)를 가던 중 용화산 밑의 큰 연못에서 미륵삼존이 출현하자 사찰을 짓고 싶다.’는 부인의 청을 받아들여 연못을 메운 후, 법당과 탑, 회랑 등 을 각각 세 곳에 ´미륵사´라 하였다는 미륵사 창건설화가 전한다.
40여년 전, 시작된 미륵사지 발굴조사에서는 2만여 점의 유물이 출토되었으며, 1993년 미륵산 사자암 발굴조사에서 백제 및 통일신라의 기와와 토기, 암막새등이 출토되어 삼국유사 기록의 신빙성을 높여준다, 미륵사는 백제 무왕의 왕권강화와 국력신장을 목적으로 조성한 동양 최대의 국가사찰이며, 조선 후기 17세기 무렵에는 폐사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익산 출생의 무왕은 익산 땅에서 백제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다. 웅진과 사비 시기의 백제인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미륵사 창건에는 당대 백제인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에 대한 발굴조사로 출토된 문화유산을 효율적으로 보존하고 전시하고 교육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1997년 전라북도가 주체가 되어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개관했다. 발굴하며 백제 당시의 사찰 규모와 가람 배치를 확인하고, 창건기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19,000여 점의 문화재를 정리하여 전시 중이다.
이어서 천만송이 국화전시장을 갔다. 국화는 불로장수 및 상서로운 영초로 시민 생활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청초한 아름다움과 그윽한 향기, 강한 번식력과 적응성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 시의 무궁한 발전과 진취적인 기상을 상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백제 16대 진사왕 때에 5가지(靑, 黃, 白, 赤, 黑)의 국화종자를 일본에 전해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마지막으로 익산시 성당면에 위치한 익산교도소세트장에 갔다. 이곳은 독방, 면회실, 감시탑 등 실제 교도소를 그대로 재현한 곳으로 300여 편의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면서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증사진 익산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익산교도소세트장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윌벤저스 여행지로 소개된바 있는 익산교도소세트장은 15년 전부터 현재까지 ‘런닝맨’,‘의문의 일승’,‘슈츠’ 등 각 방송국 대표 드라마뿐만 아니라 ‘말모이’,‘나쁜 녀석들’,‘신과 함께 2’, 1천만 관객을 배출한 ‘7번 방의 선물’ 등이 이곳에서 촬영하였다.
가을을 보내며, 비둘기 창작사랑방 회원들과 함께한 전북 익산시 문화여행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신라의 선화공주와 백제의 서동 왕자의 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짙어가는 가을 풍경과 국화 등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