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전등사와 초지진(草芝鎭)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가을을 보내며 지인들과 오랜만에 강화도 전등사(傳燈寺)를 갔다. 이 사찰은 고구려 소수림왕 때 창건된 사찰로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이다. 길상면 정족산성 안에 있는 전등사는 계절마다 색다른 느낌을 관광객들에게 선보인다.
남한에 단군과 관련된 유적이 두 곳 있는데 모두 강화도에 있다. 단군께서 나라의 안녕과 백성들의 평안함을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드리던 참성단과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삼랑성(三郞城)이다. 삼랑성의 원래 이름은 발이 세 개 달린 솥을 엎어놓은 모습이라는 정족산성(鼎足山城)이다.
전등사의 대표적인 건물인 대웅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조선 중기의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전등사 대웅보전이 세상에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대웅보전의 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나부상(裸婦像) 때문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법당에 웬 벌거벗은 여인인가 하고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전등사 뒤편, 산길을 따라 50여 미터를 올라가면 특별한 건물 하나를 만난다. 조선왕실의 중요한 서적들을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史庫)다. 사고는 몇 개의 건물로 구성되는데 먼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장사각, 그리고 왕실의 족보인 선원계보기략과 의궤 등의 왕실 문서를 보관했던 선원보각, 마지막으로 사고를 지키던 군사들이 사용했던 취향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찰 방문 후 동문으로 내려왔다. 길 양쪽으로 변함없이 토속음식점이 몇 집 있다. 파전에 따뜻한 녹차 한잔을 걸치고 천년이 넘는 전등사 이야기를 나누며 사찰의 단청들이 많이 낡아 아쉽다고들 했다. 그리고 다음 행선지 초지진(草芝鎭)으로 이동을 했다.
강화 초지진은 해상으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하여 구축한 요새로,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에서 초지진 설치는 조선 효종 6년에 설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1866년 10월 천주교 탄압을 구실로 침입한 프랑스 극동 함대와 무역을 강요하며 침략한 미국의 아세아 함대, 그리고 일본 군함 운요호를 맞아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격전지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비대면 관광지를 공사 '대한민국구석구석 누리집'을 통해 선보였다. 선정된 곳은 강화 전등사와 석모도 칠면초 군락지 외에 △경기도 양평 서후리 숲, 경남 밀양 사자평 고원 습지, 제주 가파도 등 10곳이다. 처음 전등사를 갔던 때가 30대 후반이었는데, 세월은 쏜 화살과 같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전등사와 초지진 유적을 걷다 보면 낙엽 속에 무수히 떨어져 있는 추억들을 하나하나 만날 것도 같다. 이렇게 강화도를 돌아보는 것은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것이고,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힘들어 할 때 힐링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