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바이올린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지붕위의 바이올린’ 뮤지컬을 보았다. 이 뮤지컬은 1964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고 3천회 공연을 돌파, 뮤지컬 ‘그리스’가 그 기록을 갈아치울 때까지 최장 공연 기록을 보유했던 대형 뮤지컬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1974년 영화로 개봉되어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숄렘 알레이헴(Sholem Aleichem)이라는 작가가 쓴 ‘테비에와 그의 딸들’이라는 소설이 원작이다.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서울시뮤지컬단은 국내에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처음 선보인 단체이다. 세종문화회관 소속 9개의 예술단의 하나인 서울시뮤지컬단은 1961년 창단한 예그린 악단이 모태다. 그동안 '춘향전' '양반전' '시집가는 날' 등을 선보이며 창작뮤지컬의 산실로 통해왔다. 지붕위의 바이올린은 국내에선 서울시뮤지컬단의 주요 레퍼토리로 통한다. 지난 60년간 서울시뮤지컬단이 총 여섯 차례 공연했고, 이번이 일곱 번째다. 1905년 러시아 혁명 초기, 작은 유대인 마을에 사는 '테비에'가 주인공으로, 가난·핍박의 역경에도 전통을 지키면서 새 시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다. '골데'는 고지식하고 억척스럽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테비예의 아내다. 바이올린은 생존에 대한 은유이고 미래에 대한 상징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음악이 희망을 만들어줄 것으로 믿는다. 유대인 마을에 해가 뜨고 진다. 지붕 위에서 한 남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지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이유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경사진 지붕 위에서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전통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딸들, 아이들이 태어나고 생활하고 자란다. 마을 사람들끼리의 만남, 교회, 푸줏간, 시장, 중매쟁이, 거지, 랍비, 그렇게 정겨운 유태인 마을이다. 뮤지컬 무대 아나테프카(Anatevka)는 샤갈의 고향 비테프스카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지붕 위의 바이올린하면 샤갈의 그림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마르크 샤갈의 그림 바이올리니스트(The Fiddler)에서 차용했기 때문이다. 테비에는 가난한 낙농업자로 매일 수레를 끌고 우유를 배달하러 마을로 간다. 몇 두 안 되는 젖소, 다리를 절뚝거리는 말 한 필, 헛간을 돌아다니는 닭 몇 마리가 전 재산이다. 힘들어도 낙관적이고 소박한 꿈이 있다. 헛간으로 들어간 테비에는 넉넉한 생활을 상상하며 혼자 공상에 젖어 노래를 부른다. 'If I Were a Rich Man'이다. 중매쟁이 옌티 할멈이 테비에의 집으로 찾아왔다. 큰딸의 결혼 때문이죠. 옌티 할멈은 어머니와 소곤소곤 얘기를 나눈다. 큰딸 테이틀은 중매를 무시하고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가난뱅이 재봉사와 결혼하고, 둘째 딸 호들은 자유연애를 하면서 대도시에서 온 혁명가와 결혼한다. 셋째 하바는 유대인이 아닌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때마다 테비에는 마음이 아프다. 시대가 바뀌고 갈등 끝에 딸들을 보내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흐뭇하다. 딸들이 행복해하니까. 지붕 위의 바이올린은 ‘어려운 가운데도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로 현재 코로나19 상황과 같은 느낌이다. 요즘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할 때 세종문화회관의 철저한 방역과 출연진 30여명의 배우들이 열연하는 뮤지컬은 즐겁고 신나는 힐링의 시간이었다. 특히 한국문학예술인협회 회원들과 함께하여 주말 저녁이 더욱 빛났고, 연록색 나무들과 함께 세종대로의 봄밤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좋은 음악회, 그림전, 박물관, 고궁방문 등 기회를 놓치지 말고, 우리 모두 신중년을 보내며 즐겁게 살자. / 논설위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