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미술관과 동경대전(東經大全)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대학기숙사 선후배 모임 한솥모임(회장 김창호)에서 인왕산 기차바위에 올라 서울 시내 전경을 바라보았다. 코로나에 지친 스트레스를 잠시 풀고 산 중턱 쉼터에서 특강이 있었다. 오늘의 역사문화탐방은 사학 전공 길형환(전 상명여고 부장교사) 선생의 ‘동학의 평등사상 속에서 개벽의 시대’를 소망한다는 주제와 국문학 전공 고용석(전 서울여상 교장)시인의 문학에서의 ‘시인들의 시에 담긴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열강이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시인들의 시를 보면, ‘새야 새야’ 노래의 새는 푸른 군복을 입은 외새(일본, 청나라)를, 녹두꽃은 민중의 생명을, 녹두밭은 우리땅을 가리킨다. 김남주 시인의 시 ‘노래’, 안도현 시인의 ‘서울로 가는 전봉준’,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황동규 시인의 ‘삼남에 내리는 눈’, 문병란 시인의 ‘전라도 뻐꾸기’ 등 많은 시인이 동학혁명 정신이 담긴 시들을 남겼다.
19세기 초, 조선은 지배층의 수탈과 외세의 침탈, 자연재해로 인해 민생이 흔들리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민중들의 마음에 혁명의 불씨를 심어준 근본정신은 동학이었다. 동학사상은 한 개인의 깨달음으로부터 기인하는데 그가 수운 최제우(水雲 崔濟愚)이다. 개벽이란 암흑에서 천지가 열린다는 뜻으로 후천개벽은 낡은 선천의 문화가 무너지고 후천의 문화가 열린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낙원동 천도교 수운회관이 최제우의 호를 딴 것임을 알게 되었다.
최제우는 당대 사회의 모순에 통탄하며 입산하여 수양하다가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천지가 진동하는 종교체험을 한다. 그는 사회의 혼란이 천명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고 학문적으로 체계화를 시켰다. 철저한 신분제도와 더불어 유학 중심의 조선 사회에서 최제우는 동학을 통해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간 평등사상과 척왜척양(斥倭斥洋)의 민족사상을 강조했다.
이어서 자하미술관(관장 강종권) ‘동경대전 오월의 하늘’ 전시회를 갔다. 동경대전이란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가 생전에 쓴 원고를 묶어 만든 경전으로, 동학의 근본 사상인 보국안민과 광제창생의 교리가 담겨있다. 미술관 해설사의 설명에 따라 동학혁명의 역사적 사건에 대한 그림전을 감상했다. 이 전시회 참여 화가는 강행원, 김범석, 김봉준, 김선두, 김호석, 김홍주, 민정기, 박영균, 박영근, 이길우, 한만영, 허진 등이다.
전시회를 관람 후, 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강봉준 교수가 동학의 교리와 이념 ‘해월신사법설 삼경(三敬)’에 대한 특강이 있었다. 사람은 첫째, 경천(敬天)을 해야 하는데, 원리를 모르면 진리를 사랑할 줄 모른다는 것이고, 둘째, 경인(敬人)으로 행위에 대한 의지이다. 셋째, 경물(敬物)로 사람을 공경함으로써 도덕의 극치가 되지 못하고, 물을 공경해야 천지기화의 덕에 이른다고 한다. 이 3가지가 무극대도(無極大道)이며 동학의 기본이라고 했다. 그리고 동학이념을 계승하여 천도교로 개칭했고 증산교 등도 생겨났다.
특강을 끝내고 동학을 창시한 최제우, 최시형, 전봉준 등 지도자들의 개혁과 변혁을 생각해보았다. 동학의 평등사상은 자유 민주주의에서 중요하며, 인류애의 핵심 정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리고 동학혁명 사상을 상기하며 공정과 정의가 숨 쉬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이번 인문학 탐방은 조금 딱딱했지만 유익했으며, 다음 모임 순천만 문화탐방을 기대해본다. P.S. 본원고는 3,300자인데 지면 관계상 1,700자로 올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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