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이학범기자] 보험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잦은 설계사 이직 관행이 지난해에만 3천만 건 이상의 고아계약 및 이관계약을 양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세종시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월 말일 집계된 고아계약의 합산 규모가 439만 건, 이관계약은 3,094만 건에 이르렀다.
보험업계에서도 오랜 문제로 지적되어 온 ‘고아계약’은 담당 설계사의 이직 또는 퇴직 후 다른 설계사에게 이관되지 않고 담당자 공백인 상태의 보험계약을 말한다. 담당 설계사 변경이 이루어진 보험계약은 ‘이관계약’으로 집계된다.
생명보험사에서는 신한라이프(130만 건)에서 가장 많은 고아계약이 집계됐고, 교보생명(58만 건)·처브라이프(56만 건)·KDB생명(51만 건)·AIA생명(20만 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관계약은 한화생명이 329만 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313만 건)·삼성생명(309만 건)·신한라이프(300만 건)·흥국생명(120만 건) 순으로 이어졌다.
손해보험사 기준 고아계약 집계량은 롯데손해보험(39만 건)·흥국화재해상(12만 건)·농협손해보험(1만6천여 건) 순으로 많았으며, 이관계약은 현대해상(359만 건)·메리츠화재(262만 건)·삼성화재(164만 건)·DB손해보험(162만 건)·KB손해보험(112만 건) 순으로 많았다.
이처럼 상품안내 및 설계부터 가입까지 책임졌던 담당 설계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거나 초면의 설계사를 새 담당자로 통보받은 보험소비자들은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고 발생 시 필요한 보장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방치 속 보험계약 실효로 이어지는 경우도 대표적인 피해사례다.
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지 못하면 보험계약이 실효되는데, 보험료 미납은 통신사 변경이나 계좌 잔액 부족 등 보험소비자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유로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담당 설계사의 관리가 절실한 대목이다.
이러한 고아계약 실태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홍성국 의원은 “보험업계의 고질적 병폐인 낮은 설계사 정착률이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3월차 설계사등록정착률은 생명보험사 평균 40.9%, 손해보험사 평균 56.7%에 불과했다. 보험설계사의 절반가량이 근무 1년도 안 돼 이직하거나 퇴직하고 있는 것이다.
홍성국 의원은 “잔여수당이 적은 보험계약은 설계사들이 이관받기 꺼려 장기간 고아계약으로 방치되기도 한다”며 “보험업계와 금융당국이 불완전판매뿐 아니라 불완전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인식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