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이학범기자] 경찰청이 장애유형별 응대 매뉴얼을 제작해 지난달 전국 시도경찰청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인들이 경찰서 방문시 경찰관들의 장애 감수성 부족으로 범죄 신고나 민원을 제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은주 정의당 의원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의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은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보면, 매뉴얼은 장애를 15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애자 △정신병자 등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과 △정상인?일반인 △장애우 등 흔히 사용하고 있는 잘못된 표현을 적시해 이에 주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장애인을 응대할 때 장애 유형을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유의해야 할 사항 6가지를 제시했다.
이어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지적장애인 △지체장애인 및 휠체어 사용자 등 5가지 장애유형별 응대 방법을 적시했다.
예컨대 청각장애인에게는 입 모양을 뚜렷하고 분명히, 단어 나열 방식으로 간결히 하고, 껌?음식물 등을 씹으며 대화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저시력장애인 등 모두가 앞을 못 보는 것은 아니므로, 시선을 맞추지 않고 다른 곳을 보며 응대하는 행동을 주의해야 하고, 문서를 읽거나 작성할 경우 대필 또는 대독 서비스를 지원한다.
자폐성장애인은 자신만의 세계와 표현 방법이 있어 낯선 사람의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태도로 응대한다.
지적장애인은 무조건 반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며, 본인의 나이에 맞게 존칭어를 사용한다. 또 스스로 장애인임을 숨기려고 하거나 인지능력 부족으로 인해 단답형 질문에 무조건 “네”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택형 질문을 하는 게 적절하다.
지체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자에게는 휠체어를 갑자기 잡거나 밀어주면 장애인이 놀라거나 균형을 잃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먼저 “도와드릴까요”라고 묻고, 눈높이를 맞춰 마주 보며 대화한다.
매뉴얼은 또 재난?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장애유형별(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청각장애인) 경찰의 행동 매뉴얼에 대해서도 안내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자연스럽고 정확한 어조로 말하되 고함을 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지체장애인에게는 돕기 전 항상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묻는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주의를 끌기 위해 현장에 들어가면 손전등이나 휴대폰 플래시 등을 켜 피난경로를 알려준다.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제작한 배경에는 지난해 이은주 의원실과 장추련이 실시한 경찰관서 모니터링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경찰의 불친절?차별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모니터링 당시 충북 A파출소에서는 전용책자, 수어통역 등을 확인하는 모니터링단에게 “일반인들에게도 책자를 안 주는데 장애인들에게 줘야 되냐”고 답했고, 울산의 B파출소에서는 “장애인분들이 부담스러워서 버겁다”고 말하는 등 22건의 불친절, 차별행위가 발생했다.
이에 경찰청은 ‘경찰관서 장애인 편의환경 및 인식 개선 계획안’에 이어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제작, 일선 관서에 내려보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애인의 경찰관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제작했다”며 “각 시도경찰청에 장애유형에 따른 응대 매뉴얼을 토대로 부서장 교양 및 팀회의 등을 통해 반기별 1회 이상 일터에서 이뤄지는 학습을 추진할 것을 하달했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은 “매뉴얼이다보니 자세한 내용을 담지는 못했지만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며 “장애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잘 숙지해 장애인이 치안서비스를 이용할 때 불편함과 차별이 없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