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전남드래곤즈 골키퍼 박준혁이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팀의 FA컵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주어진 2주 동안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한 결과였다.
유일한 K리그2 팀으로 FA컵 4강전에 나선 전남드래곤즈는 지난 27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울산현대를 2-1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전남은 이종호의 선제골과 장순혁의 추가골로 앞서 갔지만 후반전 이동경과 오세훈을 투입하며 공격적으로 나선 울산에 실점 위기상황을 여러 번 맞이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골키퍼 박준혁이 울산 공격진의 모든 슈팅을 막아내는 선방쇼로 승리를 따냈다.
이날 경기 수훈선수로 선정된 박준혁은 “플레이오프를 확정하고 치른 경기여서 부담이 덜했고 단판승부라 해볼만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서 좋은 경기 펼쳤던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박준혁은 2010년 경남FC에 입단해 대구FC와 제주유나이티드를 거쳐 2014년 이적한 성남FC에서 완전히 주전으로 자리 잡아 활약했다. 특히 2014년 성남과 FC서울의 FA컵 결승전에 선발 출전해 승부차기에서 FC 서울의 오스마르와 몰리나의 킥을 막아내며 성남의 FA컵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 성남은 승부차기를 고려해 경기 막판 골키퍼 교체를 시도했으나 시간 부족으로 교체에 실패하고 박준혁이 그대로 승부차기를 책임졌는데,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고, 박준혁은 경기 MVP에 선정됐다.
이후 군복무를 하고 대전시티즌을 거쳐 2019년 전남드래곤즈에 입단한 박준혁은 주전으로 자리 잡는 듯 했지만 2020년 막바지 부상을 당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올 시즌엔 새로 합류한 김다솔과 주전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전남 전경준 감독은 이번 울산전 골키퍼로 최근 자주 선발로 출전한 김다솔이 아닌 박준혁을 선택했다. “한 달 반 동안 울산의 모든 경기를 탈탈 털어 분석했다”고 말한 전경준 감독은 “원래는 골키퍼 코치 추천으로 경기 선발 결정을 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2주 전에 (박)준혁이에게 울산 영상보고 공격수들 성향 파악하면서 울산전 준비하라고 통보했다”며 골키퍼 선발 비하인드를 전했다.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박준혁은 2주 동안 울산 선수들을 분석하며 철저히 준비했다. “전남에 온 후 1부리그 팀과 경기한 지 꽤 오래됐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통해 뭔가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한 그는 “2주라는 시간 동안 이번 원정경기를 겨냥한 컨디션을 조절했다. 프로에 오래 있다 보니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감독님께서 어떻게 준비해야하는 지도 말씀해주셨다”며 준비과정을 밝혔다.
2주간의 준비기간을 바탕으로 선방쇼를 펼치며 감독의 신뢰에 보답한 박준혁은 7년 전 FA컵에서의 좋은 기억을 살려 또 한 번의 우승을 꿈꾼다. 그는 “당시는 단판승부였고, 이번에는 결승전이 홈앤드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는 차이가 있지만, 남은 기간 잘 준비하면 충분히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