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평화 음악회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음악 영화 ‘크레센도(Crescendo, 음악용어: 점점 세계)’를 보았다. 크레센도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79세의 거장 ‘바렌보임’의 삶과 활동을 그린 실화이다. 아르헨티나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시민권을 지닌 그는 중동의 평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22년 전, 바렌보임은 이념적·종교적 대립을 버리고 음악으로 소통한다는 취지로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이 영화는 세계적인 지휘자 에두아르트(바렌보임 역할)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서로 갈등을 겪다가, 합주를 통하여 화해하고 경합하면서도 협력을 하기 시작한다. 단원들은 요한 파헬벨의 캐논의 아름다운 선율을 연습하며 마음을 열게 되고, 비발디의 사계 등으로 서로 화음을 맞추었다. 이어서 안톤 드볼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의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며 차츰 마음을 함께 한다.
오래전, 지방에서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여 교양학부 시절 소설가 손장순 교수의 음악과 미술 감상법에 대한 교양 과목이 있었다. 교양 시간에 드볼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감상법을 배웠다. 이 곡의 제2악장은 관악기의 장중한 연주가 반복된 뒤, 현악기가 여리게 연주되고, 호른이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주제를 연주한다. 이 가락은 아련히 가슴에 다가오는데 드볼작의 제자 피셔가 노래로 만들어, 그 유명한 ‘꿈속의 고향 (Going home)’ 명곡이 되었다.
그런데 공연을 하루 앞두고 팔레스타인 클라리넷 연주가 ‘오마르’와 이스라엘 프렌치 호른 연주자 ‘쉬라’가 사라졌다. 연주회는 취소가 되고 집으로 가는 공항에서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연착하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이스라엘 론의 신호에 팔레스타인 라일라, 두 나라 연주자들은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볼레로의 멜로디가 점점 빨라지고 세지면서 굳어 있던 얼굴들이 웃음으로 가득 차고 연주는 열기를 더해 모두가 하나가 되었다.
약 4천년 전, 이스라엘인(헤브라이인)이 메소포타미아에서 가나안 땅(팔레스타인, 오늘날 이스라엘의 땅)에 들어와 농경생활에 종사하고 야훼(여호와)의 신앙을 확립하였다. 이 분쟁은 유럽과 전세계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몰려들어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유혈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8.15 전후로 종교계와 음악계에서 주최한 평화 음악회를 간 적이 있다. 주로 6. 25전쟁에 참전한 노병들을 위로하고 평화를 바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영화 크레센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대결로 유대교와 이슬람교 종교, 예루살렘 등 영유권 문제로 싸운다. 우리나라는 불교, 그리스도교, 천주교 등 3개의 종교가 크게 번성하지만 다툼이 없어서 다행이다.
독일과 유대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이야기이지만, 우리에게 북한과 일본을 대입해 보면 우리도 상상이 가능하다. 한국과 일본, 남한과 북한, 공존과 평화만이 함께 살 수 있다. 그런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연주자들이 영화가 끝날 무렵, 소리를 점점 높여 합주를 하는 모습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음악을 통해 평화를 얻고자 하는 노력은 간절함을 넘어 꿈과 희망을 연주했다고 느껴진다. 필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오케스트라 합주를 들으며, 이런 연주회가 평화 음악회임을 깨달았고 눈과 귀, 그리고 가슴이 뛰었다. P.S. 이 원고는 3300자인데 지면관계상 1700자로 올림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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