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하나은행 FA CUP 결승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연은 전남드래곤즈의 정재희(27)다.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김천상무 소속으로 K리그2 우승을 경험한 정재희는 전남으로 돌아오자마자 FA컵까지 차지하며 동일 시즌에 각기 다른 팀에서 우승하는 진귀한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11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2021 하나은행 FA CUP 2차전에서 4-3으로 승리, 1·2차전 합계 4-4로 대구와 동률을 이뤘으나 원정골 우선 원칙에 의해 통산 네 번째 우승(1997, 2006, 2007, 2021)을 달성했다. 2부리그 최초의 우승을 달성한 전남은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 티켓을 따냈다.
전남은 1차전 0-1 패배로 궁지에 몰린 상태였다. 게다가 2차전은 대구의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였다. 이날 9016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대구의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이후 첫 우승을 기원했다. 모든 조건이 대구의 우승을 향해 초점이 맞춰진 듯 보였다.
전남 스쿼드에서 가장 큰 변화는 정재희였다. 흥미롭게도 정재희에게 이날 경기는 전남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첫 경기였다. 김천상무에서 군 복무한 정재희는 지난달 27일 전역해 전남으로 돌아왔다. 그랬기 때문에 24일 열린 결승 1차전에는 나설 수 없었다.
전경준 감독은 그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세웠다. 전 감독은 “공격에 더 비중을 두는 포지션으로 활용하고 싶었는데 우리 측면 자원이 없었다. 정호진도 피로 골절로 풀타임 소화가 어려웠다”며 그를 어쩔 수 없이 풀백 자원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재희는 수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장점인 공격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시종일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리며 대구 수비진을 힘들게 했다. 결국 그는 전반 39분 박찬용의 선제골을 도왔다. 그리고 3-3으로 맞선 후반 38분에는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이 골이 전남에게 우승을 가져다줬다. 정재희는 결승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한 시즌에 두 개의 우승을, 그것도 각기 다른 팀에서 한 소감은 어떨까. 정재희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K리그2와 FA컵 우승을 한 시즌에 하게 됐다. K리그2는 장기전이고 FA컵은 토너먼트인데 두 개 다 우승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둘 다 너무 좋다”며 웃었다.
결승골 상황에 대해 정재희는 “발로텔리가 사무엘에게 패스했고, 사무엘의 리턴패스가 올 때 논스톱 슈팅을 고민했다. 하지만 각이 안 보여서 한 번 차 놓고 했는데 좋은 선택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남 입장에서는 정재희가 우승 기운을 몰고 왔다는 점이 더욱 기뻤을 것이다. 이제 전남은 내년 시즌 K리그2와 FA컵 뿐만 아니라 AFC 챔피언스리그에 도전하게 된다. 정재희의 내년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쏠쏠한 재미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