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인천유나이티드 산하 유스팀 대건고는 경남 고성에서 열린 제44회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에서 ‘고군분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사실상 14명의 가용자원으로 결승까지 오르는 투혼을 발휘했다.
최재영 감독이 이끄는 대건고는 27일 고성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의정부광동U18에 0-2로 패했다. 대건고는 적은 자원에도 불구하고 후반 중반까지 0-0 스코어를 이어갔으나 후반 27분과 30분에 연달아 골을 허용하며 준우승했다.
하지만 대건고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치른 과정을 살펴보면 준우승도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건고는 국가대표 출신 김정우가 2019년 감독으로 부임해 2020년까지 사령탑을 맡으며 권역리그에서 준수한 성적을 거뒀고, 전국체전 우승도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최재영 감독이 부임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감독 첫 해에 내가 미숙했다”고 인정한 최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지난 겨울훈련에서 문제점을 찾아 보완했다. 그리고 올해 첫 대회인 문체부장관배에 출전했다. 대회를 앞두고 대건고의 스쿼드에는 17명의 선수가 있었다. 하지만 대회 전 두 명이 수술을 받아 출전하지 못했고, 대회가 시작된 후에도 부상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결국 대건고는 이번 대회를 사실상 14명의 선수로 치를 수밖에 없었다. 선발 11명에 교체 3명을 하면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었던 것이다. 결승전 엔트리에 17명을 올려 놓았지만 사실은 뛸 수 없는 선수들도 명단에 포함된 상태였다. 이번 대회는 교체가 7명까지 가능하지만 대건고에게는 언감생심이었다. 실제로 이날 결승전에서 광동U18이 5명을 교체할 동안 대건고는 2명밖에 교체하지 못했다.
최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많아서 결승전까지 13~14명의 선수로 치르고 있다. 지금 아픈 선수도 많고 힘들어한다. 벤치에서 알고 있는데도 교체를 시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더라”며 “대회 참가하기 전부터 이번 대회는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 순위였다. 다행히 열심히 해줘 결승까지 올라왔는데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매 경기가 강행군이었지만 대건고는 멈추지 않았다. 조별예선을 1위로 통과한 대건고는 16강에서 서울이랜드U18을 승부차기 끝에 물리쳤다. 이후 8강에서 제주유나이티드U18, 4강에서 예산삽교U18을 모두 3-2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도 광동U18을 상대로 후반 중반까지 경기 내용이 나쁘지 않았지만 체력의 열세로 인해 막판에 무너지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대건고 선수들은 잠시 위축되는가 싶었지만, 곧바로 준우승의 기쁨을 즐겼다. 또한 승자에게 따뜻한 박수도 보냈다.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들을 격려하며 함께 즐겼다.
최 감독은 악조건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인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하는 마음과 미안한 마음을 모두 갖고 있었다. 하지만 첫 대회에서 값진 결과를 얻었기에 기대감도 남달랐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성장이다. 프로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올해 권역리그 3위 안에 들어 왕중왕전에 출전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대건고는 이번 대회에서 완성형이 아니었다. 앞으로 모든 선수가 완벽하게 팀에 합류하게 되면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