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지금으로부터 꼭 20년전 오늘, 2002년 3월 13일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사상 처음으로 유니폼에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을 달고 경기를 치른 날입니다.
이날 저녁 6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청소년(U-19)대표 한일전에 이어, 밤 11시에는 한국 대표팀과 튀니지 대표팀의 친선A매치가 튀니지에서 열렸습니다. 5시간 차로 열린 이 두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은 2002 월드컵을 맞아 나이키가 새롭게 제작한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새 유니폼의 왼쪽 가슴에는 이전까지 붙어있던 태극마크가 사라지고 호랑이가 그려진 대한축구협회의 엠블럼이 선명하게 새겨졌습니다. 태극마크는 오른쪽 팔뚝으로 옮겨졌습니다.
1948년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처음 구성된 이후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대표팀의 유니폼에는 언제나 태극마크가 새겨졌습니다. 축구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럭비를 제외하면 모든 종목의 대표팀 유니폼에는 태극기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뽑히면 흔히 ‘태극마크를 단다’는 표현을 써왔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대한민국에서 태극마크는 대표팀을 상징하는 신성한 표식이었습니다.
반면, 축구의 경우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많은 나라들은 축구협회의 엠블럼이나 그 나라를 상징하는 문양을 관례적으로 대표팀 유니폼에 부착해 오고 있었습니다. 대표팀간 경기가 국제경기이긴 하지만, 국가 대 국가의 대결로 보지 않고 두 나라 축구협회간의 대결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등 4개의 지역 협회로 나눠 국가대항전에 나서므로 국기를 대표팀 유니폼에 붙일 수도 없었습니다.
2002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가 확정된 이후 대한축구협회도 여러 분야에서 국제 축구의 관례와 문화를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1996년까지는 대표팀이 외국의 클럽팀과 경기를 갖는 것이 흔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외국의 대표팀만 상대해 A매치를 치르도록 했습니다.
대표팀 유니폼에 협회 엠블럼을 부착하는 것도 그 일환이었습니다. 축구계는 물론이고 그 무렵에는 일반 팬들 사이에서도 세계 추세를 따라 국기가 아닌 협회 엠블럼을 부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났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태극마크가 아닌 엠블럼을 부착해야 유니폼을 판매할 때 대한축구협회와 유니폼 제작사인 나이키가 저작권과 상업적 소유권을 갖기가 수월했습니다.
이런 배경하에서 2001년 대한축구협회와 나이키는 대표팀 유니폼에 협회 엠블럼을 부착하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했습니다. 2002년 2월 새 유니폼 발표에 이어, 드디어 3월 13일 청소년대표팀 한일전과 튀니지와의 친선A매치에 엠블럼이 부착된 첫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누볐습니다. 엠블럼이 새겨진 최초의 대표팀 유니폼은 석달뒤 열린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로 인해 한국 축구의 영광을 기억하는 상징물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