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국가대표팀이 11년 넘게 이어진 이란과의 악연을 끝내고자 한다.
남자 국가대표팀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두 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9차전, 29일 두바이 알막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UAE(아랍에미리트)와의 최종예선 10차전이다. 이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벤투호는 조 1위라는 더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번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한국은 앞선 최종예선 8경기에서 6승 2무를 거둬 A조 2위에 올라있다. A조 1위는 7승 1무를 기록 중인 이란이다. 24일 이란전에서 승리하면 조 1위에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조 1위를 차지하는 것은 4월 2일 진행되는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FIFA 랭킹에 따라 4개의 조 추첨 포트가 구성되는데, 포트3에 배정될 경우 조 추첨에서 상대적으로 강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이번 2연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포트3에 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역대 전적에서 한국은 이란에 32전 9승 10무 13패로 열세다. 마지막 승리는 2011년 1월 AFC 아시안컵 8강전(1-0 승)이다. 이후 3무 4패를 기록 중이다. 벤투호는 11년 넘게 이어진 악연을 끊고 승리를 거두겠다는 목표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 경기로 열린 최종예선 4차전에서는 1-1로 비긴 바 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홋스퍼)은 23일 오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그간 이란에 고전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이란을 상대할 때 잘 준비한 만큼, 이란도 우리와의 경기를 잘 준비해왔다. 이런 큰 경기에서는 작은 디테일이 승부를 가른다”면서 “지난 원정 경기 때 승점 1점만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좋은 경기력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홈에서 하는 이번 경기에서는 우리 스스로와 팬들 모두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다”고 밝혔다.
벤투 감독 또한 “팬들이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그는 “조 1위를 하는 데 있어 상대가 우리보다 조금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기를 해야 한다”며 공격적인 플레이를 예고했다. 그는 “우리가 늘 해왔던 대로 볼 점유를 통해 경기를 지배하면서 공격을 풀어나갈 것이다. 물론 상대가 강팀이라는 것을 고려해 수비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이란과의 맞대결에서 변수로 떠오른 것은 코로나19다. 벤투호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선수 명단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정우영(SC프라이부르크), 김진규(전북현대), 나상호(FC서울)가 소집 전 코로나19 확진으로 제외됐고, 백승호(전북현대)는 파주NFC 입소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소집 해제됐다. 이에 따라 남태희(알두하일SC), 고승범(김천상무), 조영욱(FC서울), 원두재(울산현대)가 대체 발탁됐다.
특히 미드필드진에서 다수의 공백이 발생한 것에 대해 벤투 감독은 “그간 여러 전술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했던 선수들이 제외됐기에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어떤 선수가 출전하는가에 관계없이 적절한 전술 시스템을 준비할 것이다. 현 상황에서 최정예의 베스트일레븐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또한 코로나19 변수와 싸우는 것은 마찬가지다. 주축 공격수 메흐디 타레미(FC포르투), 알리레자 자한바크슈(페예노르트)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번 최종예선에서 각각 4골과 3골을 기록한 선수들이다. 벤투 감독은 이에 대해 “몇몇 선수가 빠지기는 했지만 이란은 여전히 강한 상대”라며 방심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예상되는 홈 관중의 응원은 벤투호에 더없는 지원이 될 전망이다. 손흥민은 “축구는 팬이 없으면 완전히 다른 스포츠가 돼버린다. 축구는 관중과 감정, 열정을 나눌 때 가장 멋있어지는 스포츠다. 팬들과 함께 하는 경기를 선수들 모두 기대하고 있다. 무척 설렌다. 또한 그만큼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경기장에 들어갈 것”이라며 “경기가 끝나고 팬들과 웃으며 인사할 수 있기를”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