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변진우기자] 오세훈 시장은 30일 토지이용규제가 전혀 없는 ‘화이트사이트(White Site)’를 적용한 유연한 개발로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된 ‘마리나 원(Marina One)’에서 “낙후된 서울 도심을 유연하게 복합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화이트사이트’는 개발사업자가 별도 심의 없이 허용된 용적률 안에서 토지의 용도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공간 효율이 극대화되고 필지에 다양한 기능을 담을 수 있어 구도심 개발에 적용될 경우 지역 여건에 꼭 맞는 고밀 복합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싱가포르는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도시계획에 융통성을 주기 위해 1995년부터 이 개념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명소이자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마리나베이샌즈’도 화이트사이트를 적용해 탄생했다.
‘마리나 원(Marina One)’은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마리나베이에 위치한 주거?관광?국제업무 복합개발단지다. 싱가포르는 계획단계부터 용도지역을 특정하지 않고 창의적이면서도 유연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풀어주는 ‘화이트사이트’를 적용해 복합개발을 전폭 지원했다. 용적률 1,300%(지하 4층~지상 34층)의 초고밀 복합개발과 마리나베이의 풍광과 잘 어우러지는 유선형의 수려한 건축 디자인이 가능했다.
‘마리나 원’(2017년 준공)은 싱가포르의 대표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서 약 1km 거리에 인접해 있다. 연면적 52만㎡ 규모로, 주거시설 2동(1,042가구)과 상업시설 2동, 총 4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건축물 내부에는 350종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돼 있다. 싱가포르 정부의 친환경 인증 최고등급(LEED플래티늄)을 받았다.
서울시가 구상하고 있는 ‘도심 복합개발’의 핵심은 지금처럼 주거, 상업, 공원 등으로 땅의 용도를 구분하지 않고, 어떤 용도를 넣을지를 자유롭게 정하도록 해 유연한 개발을 유도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 건물에 운동장 없는 학교와 초고층 수직정원 등이 동시에 들어가고, 건물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퇴근하는 생활이 가능해진다.
서울의 심장부지만 노후하고 활력이 떨어진 서울 구도심에 주거를 비롯해 업무, 산업, 문화, 관광, 교육, 녹지 등 다양한 용도가 혼합된 초고층 복합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특히, 신규 주택을 건설할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도심에 ‘직주혼합’ 도시를 조성함으로써 도시 외곽에서 출퇴근할 때 발생하는 교통문제와 환경오염을 줄이고, 야간?주말이면 텅 비는 도시가 아닌 24시간 활력이 끊이지 않는 도심을 만든다는 계획.
그동안 과도한 규제와 보존 위주 정책으로 성장이 정체된 구도심의 도심 기능을 끌어올려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을 견인할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이 글로벌 TOP5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심장부인 도심 기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복합개발이 절실하다”며 “낙후한 서울도심은 싱가포르와 같이 용도지역의 한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복합개발이 가능해야 한다. 도심 복합개발을 위해 기존 국토계획법을 뛰어넘는 특례법 제정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 실정에 맞는 개발계획 수립과 실행을 위해 지자체장의 실질적인 권한을 법제화해줄 것도 요청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월26일 ‘비욘드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적용해 도심을 다용도 복합개발하는 내용을 포함한'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용도지역의 경계를 허문 ‘비욘드조닝(Beyond zoning)’ 개념을 적용해 다용도 복합개발을 허용, 일자리?주거?여가?문화 등 도시의 모든 기능이 이뤄지는 ‘직주혼합’ 도시를 실현하고, ‘입지규제최소구역’으로 지정해서 법정 상한 용적률 1500%를 뛰어넘는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비욘드조닝’은 서울시가'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통해 제시한 개념으로, 싱가포르의 ‘화이트사이트’는 이보다 확장된 개념이다. 한정된 필지의 공간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어 가용지가 부족한 도심에 적합하다는 판단이다.
토지 용도를 주거용, 산업용, 녹지용 등으로 구분하는 기존의 용도용적제를 전면 개편, 다양한 기능을 복합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높이는 내용으로 ‘비욘드조닝(Beyond zoning)’은 주거?업무?상업 등 기능의 구분이 사라지는 미래 융복합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용도지역체계다.
서울판 화이트사이트를 도입하려면 국토계획법을 뛰어넘는'도심 복합개발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특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특례법에 서울 도심의 특수성이 충분히 담긴 세부적인 방안이 담길 수 있도록 지난달 ‘구도심 복합개발 TF’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도심 복합개발을 위한 특례법'은 2020년 법안이 첫 발의된 이후로 올해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제로도 제시되는 등 이미 국회, 중앙정부에서도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TF에는 서울시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균형발전본부 등 관련 부서와 서울연구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TF에서는 도심 개발범위부터 특례법 제정의 필요성, 사업방식, 공공성 확보방안 연구 등 제도를 전반적으로 들여다보고, 도심 내에서 복합개발 사업에 적합한 후보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특히, 시는 공공임대주택 건설비율?학교용지확보특례법?수도권정비계획법 등과 관련한 규제 특례 이슈와, 도심첨단산업단지?연구개발특구?관광단지 지정 등 인허가 의제, 포괄적인 세입자 대책 등 기존 사업방식의 한계로 지적됐던 내용들이 보완되어야 보다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심 복합개발'은 직주근접 주택공급으로 출퇴근에서 발생하는 교통혼잡, 환경오염을 줄일 뿐 아니라 도시철도망 건설에 투입되는 천문학적 예산, 배드타운 양산 등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지역개발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중앙정부와 협력해 서울의 경쟁력 확보와 균형 발전, 각종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도심 복합개발'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