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류근홍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평선 끝자락은 어디인가
떠나가고 헤어지고 도망가고 빠져나가는
이 세상
온전한 내 것은 없다
언제까지 절뚝이며 걸어야하는 건지
가끔 콘크리트 숲을 벗어나
바람에 손 흔드는 버드나무 아래 누워 푸른 하늘에게
네 나이가 몇이냐고 묻는다
살랑대는 봄바람, 싸늘한 손으로 어서 오라 손짓한다
설령 그곳이 늪이라고 해도 두려워 않고 그녀를 품었다
언제나 꽃길인 줄 알았던
녹록하지 않는 세상은
하늘을 다 품어보지도 못한 내 앞을 과속으로 달려갔다
인생이란 바람을 타고 떠도는 그리움
그 속에서 나를 끄집어내는 일은 무엇일까
복잡한 건 그대로 두고
한발 뒤처진 나의 걸음을 다독거리는 시간이 좋다
나이를 잊고 사는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