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이용진 기자] 현대바이오가 차세대 항암제 후보 물질로 개발한 폴리탁셀(Polytaxel)이 생체내 췌장까지 약물을 유의미한 농도로 순조롭게 전달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대표적 난치암인 췌장암 정복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대바이오(대표 오상기)는 최근 일본의 최대 임상 연구 기업인 세키스이 메디컬(Sekisui Medical)에 의뢰해 진행한 약물의 생체분포 실험에서 방사성 동위원소를 부착(labeling)한 폴리탁셀을 동물(설치류)에 투여한 결과, 췌장에 도달한 약물 농도가 혈액 대비 최고 7.5배에 달했다고 6일 발표했다.
췌장암에 걸리면 췌장을 둘러싼 조직이 주변 혈관에 압력을 가해 약물 전달을 막기 때문에 현재까지 췌장암을 치료하는 항암제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이번 실험 결과가 주목된다.
이번 일본 실험에서 폴리탁셀의 약물농도는 췌장 이외 위, 간, 폐, 대장 등 주요 장기에서도 혈액 대비 3.7~10.7배로 나타나 폴리탁셀이 췌장암 외에도 여러 암종을 치료할 수 있는 범용성 약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현대바이오 진근우 연구소장은 "이번 실험을 통해 폴리탁셀의 생체 내 약물 전달 메커니즘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실험결과는 그동안의 전 임상 시험에서 확인된 폴리탁셀의 뛰어난 항암 효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생체 분포 실험은 생명체에 투약한 약물이 주요 장기에 어떻게 전달 및 분포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으로, 현대바이오는 글로벌 임상을 위해 폴리탁셀의 메커니즘 규명 과정의 일환으로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 실험 결과로 현대바이오는 인체내 최대무독성한도(NOAEL) 이내 용량의 폴리탁셀 투여로 암환자들이 고통없이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자사가 명명한 차세대 항암요법인 '노앨 테라피(NOAEL therapy)'의 탄생에 한 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2019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주최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를 통해 인체내 노앨 이내 양으로 폴리탁셀을 투약한 실험체(설치류)에서 체중 변화 없이 암 조직의 관해(완전히 사라짐)가 확인된 전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노앨 테라피'라는 혁신적 항암 요법의 탄생 가능성을 제시해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현대바이오 오상기 대표는 "회사는 2019년 GBC에서 노앨 테라피 탄생 가능성을 제시한 이후 글로벌 임상을 위해 폴리탁셀의 메커니즘 규명과 약물 개량 노력을 계속해 왔다"며 "이제 암 환자들이 항암제의 독성으로 인한 육체·정신적 고통을 겪지 않고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노앨 테라피가 임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무고통(pain free) 항암제'로 불리는 폴리탁셀은 대표적 화학항암제인 도세탁셀(docetaxel)을 고분자 기반 첨단 약물전달체(DDS)에 탑재한 신물질로, 췌장처럼 약물 전달이 어려운 장기에도 잘 전달되도록 10nm 정도의 나노 크기로 설계됐다. 주요 장기에 대한 약물의 전달률을 높이기 위해 물에 잘 녹지 않는 난용성인 도세탁셀을 물에 잘 녹는 수용해성으로 개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