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올 시즌 무관의 위기에 몰렸던 전북현대가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북은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 CUP 결승 2차전에서 바로우의 선제골과 조규성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FC서울에 3-1로 승리, 1·2차전 합계 5-3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로써 전북은 2년 만의 대회 우승이자 통산 5회 우승(2000, 2003, 2005, 2020, 2022)을 차지해 수원삼성과 역대 최다 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2014년 이후 9시즌 연속 공식 대회 우승이라는 기록도 이어가게 됐다.
반면 서울은 2015년 이후 7년 만의 대회 우승을 노렸으나 시즌 막바지까지 K리그 잔류를 위해 온 힘을 쏟았던 터라 체력 문제에 발목 잡히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킥오프를 앞두고 서울 이태원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이 이뤄졌다. 또한 태극기를 비롯한 대회기는 조기 게양됐으며 전북과 서울 서포터스도 애도의 의미로 경기 초반 단체 응원을 자제했다.
경기 전 전북의 김상식 감독은 “참사를 겪으신 가족과 친구분들의 마음을 어떻게 위로해야될 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했다. 서울이 연고지인 FC서울의 안익수 감독은 “우리 홈인 서울에서 일어난 일이라 더욱 안타깝다. 가족들께 깊은 애도를 표하고, 사회적 구단으로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경기는 전반 11분 전북 바로우의 골로 달아올랐다. 바로우는 김진규가 박스 오른쪽에서 가볍게 올려준 크로스에 왼발을 툭 갖다 대 골망을 갈랐다. 1차전에서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교체됐던 바로우는 MRI 검진 결과 근육이 찢어졌다는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날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한 끝에 선제골의 주역이 됐다.
바로우에게 선제골을 내준 서울은 우승을 위해 두 골이 필요했다. 서울 홈경기로 열린 1차전에서 양 팀은 2-2로 비겼다. 바로우의 골로 합계 3-2로 전북이 앞선 상태에서 서울이 한 골을 넣어 동률이 되어도 서울 원정에서 두 골을 넣은 전북이 우승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FA컵 결승전은 원정골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
하지만 서울은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는 등 맹활약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힌 베테랑 기성용은 전북 미드필드진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기성용이 꽉 막히자 서울의 공격도 위력을 잃었다.
오히려 전북이 한 발짝 더 달아났다. 이번에는 조규성의 머리가 빛났다. 조규성은 전반 추가시간 바로우가 왼쪽에서 올려준 왼발 크로스를 헤더골로 연결시켰다. 1차전 페널티킥 골로 동점을 만든 조규성은 바로우와 함께 두 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궁지에 몰린 서울의 안익수 감독은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성진 대신 외국인선수 일류첸코를 투입해 조영욱과 투톱을 이루게 했다. 또한 오스마르를 중앙 수비수로 내리는 대신 윙백 김진규와 윤종규를 위로 올리며 공격적인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다. 안 감독은 후반 15분 수비수 윤종규를 빼고 공격수 박동진까지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서울은 박동진이 교체 투입된 지 9분 만인 후반 24분 만회골을 터뜨리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그대로 전북의 우승으로 마무리될 것 같던 경기가 요동쳤다. 합계 스코어 4-3. 이제 서울은 한 골만 더 넣으면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선수들의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박동진과 김진수가 엉켜 넘어지는 상황에서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기도 했다. 박동진과 김진수는 경고를 받았다.
서울은 한 골을 더 넣기 위해 부상에서 갓 복귀한 지동원까지 투입하며 공격에 ‘올인’했다. 이에 전북의 김 감독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의 높이를 막고자 공격수 송민규를 빼고, 수비수 최보경을 투입하며 스리백으로 전환했다.
수세에 몰린 전북의 해결사는 역시 ‘국가대표’ 조규성이었다. 조규성은 후반 44분 박스 오른쪽에서 통렬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대 구석을 갈랐다. 서울의 거센 추격 의지가 확 꺾이는 골이었다. 합계 스코어 5-3. 경기는 더 이상의 골 없이 그대로 끝나며 전북의 우승이 확정됐다.
한편, 이날 전북의 FA컵 우승으로 K리그1 4위 인천 유나이티드가 창단 이후 처음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냈다.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FA컵 우승팀(전북)과 K리그 상위 3팀(1위 울산현대, 3위 포항스틸러스, 4위 인천유나이티드)에게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