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왕과 왕궁행사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의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전시회에 갔다. 조선왕조는 왕의 활동을 왕조실록에 기록하고, 그림으로 기록한 의궤는 현대로 따지면 행사 매뉴얼이다. 조선은 국가나 왕실에서 중요한 행사가 끝나면 그 전체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장례와 무덤 짓기, 세자 책봉까지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인사들의 옷과 자세까지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4가지 이상 천연색 그림으로 그렸다. 145년 전, 강화도에 보관한 외규장각 의궤를 프랑스 군대가 침범하여 가져갔다. 프랑스와의 오랜 협상 끝에 ‘장기 임대’ 형식으로 11년 전 돌려받았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로 일한 고(故) 박병선 박사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추진하여, 돌아온 의궤 297권 중 292권이 왕만 볼 수 있는 어람용(御覽用) 의궤이며, 표지와 책 소재, 물감 모두 최고급이었다. 교직에 근무할 때,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김문식 단국대학 사학과 교수에게 ‘조선 왕실의 의궤’와 신병주 건국대 교수에게 ‘조선왕조실록과 기록문화’연수를 받았다. 조선왕조는 왕의 기록을 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의궤 3가지로 남겨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역사문화를 갖고 있다. 의궤의 역사는 조선 시대부터이고 불교 용어 의식의 궤범으로 불교에서 각종 행사를 의궤에 기록하였다. 조선왕조의 의궤제작 시작은 태종 11년 종묘 제례에 앵두 올리는 시기를 의궤에 기록하였고, 세종 1년 태종의 국장을 의논하며 상장 의궤, 국상 의궤를 만들었다. 의궤는 담당자가 손으로 직접 기록한 필사본으로 보통 5~9부 제작하며 어람용과 분상용(국가 기관과 지방 사고에 보관)이 있고, 프랑스가 가져간 외규장각 의궤는 정조 5년에 강화도에 외규장각을 건축하여 보관했던 책들이다. 외규장각 의궤를 다시 보며, 조선왕조의 문화 수준을 느꼈다. 나전 칠기, 분청사기와 조선백자 등 우수한 문화 덕분에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한편 고려 시대 청자와 한지가 세계적으로 유명한데, 선조들의 이런 문화기술이 축적되어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이 되었다. 최근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만화(manhwa)’라는 용어가 새로운 한글 단어로 정식 등록됐다. 조선 시대 4가지 색의 그림 의궤와 조선백자, 나전 칠기, 고려의 한지, 고려청자 만들던 기술이 쌓여, 이제 K 컬처, K 배터리, K 바이오 등 세계 시장에서 K 문화기술이 1등 국가가 되었다. 우리 모두 전통기술을 잘 보존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을 이어가자. P.S. 같이 찍은 사람은 조선왕조실록의 권위자 신병주 건국대 교수임. /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