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장려하고, 실제 경기시간(Actual Playing Time, 이하 APT)을 늘리기 위해 올해부터 중단된 경기 시간을 보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추가시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책을 실행하는데 중심 역할을 하는 문진희 KFA 심판위원장(60)은 프로축구 뿐만 아니라 유소년 및 아마추어 축구에서도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KFA는 지난해 말 열린 심판 컨퍼런스를 통해 2023년부터 시간을 지연하는 행위에 대해 강화된 판정 기준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교체 선수의 의도된 지연 행위, 주심을 속이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경고를 주는 동시에 지연된 시간을 추가시간으로 충분히 적용토록 했다. 또한 부상을 가장한 시간 지연 행위는 가벼운 부상의 경우 경기를 속개하도록 했다. 경기의 흐름을 끊으면서 이를 유리하게 활용하고자 행위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다.
문진희 심판위원장으로부터 해당 정책을 시행하게 된 배경과 취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국내 U-12 지도자를 대상으로 일본 가고시마에서 실시한 지도자 연수 시기에 현지에서 이뤄졌다.
[문진희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이번 경기규칙 적용 강화안이 나오게 된 배경은?
2021년 심판위원장으로 선임된 후 2월 남해 동계훈련에서 박태하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 우리나라 축구가 플레이를 끝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경기가 멈춰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걸로 인해 관중의 흥미가 반감된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나와야 하는데 과연 문제가 뭘지 생각해봤다. 그래서 심판은 파울을 유도하는 플레이에 속아 경기를 멈추기보다는 지속적으로 경기를 운영하자고 해서 시행하게 됐다.
그런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충분히 살려주는 주심의 경기 운영을 보면서 2023년에는 APT를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갖게 됐다. 카타르 월드컵의 APT는 평균 59분이었다. 반면 K리그는 50분이 채 되지 않는다. 심판의 경기 운영이 소비자에게 얼마만큼 시간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봤다.
- 결국 이번 안은 APT를 늘리는데 집중이 돼있다. 축구를 보는 분들에게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더 있다면?
VAR이 6년째 접어들고 있는데 VAR로 인해 허비되는 시간이 있다. 구장별 상황에 따라 송수신 상태가 원활하지 않아 체크타임(온필드 리뷰를 하기 전 단계에서 주심이 헤드셋을 통해 VAR룸과 교신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또한 온필드 리뷰로 소요되는 시간도 있다. 이를 충분히 추가시간에 넣어서 할 것이다.
추가시간이 발표된 이후에도 지연 행위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주심이 잘 계측해 허비된 시간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그게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 몸싸움의 강도 및 매너에 대한 파울 판정 기준을 상향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가령 경합 상황에서 선수들은 어깨를 선점하는 싸움을 하는데 어떤 때는 파울이 선언되고, 어떤 때는 그렇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뒤처진 선수가 확연히 어깨로 미는 행위를 제외한 정당한 어깨 싸움은 웬만하면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심이 보는 포지션에서 따라서 상대를 뒤에서 민 것으로 보여서 파울을 선언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판들이 좋은 포지션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 경기규칙 적용 강화안이 원활하게 정착하려면 심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겨울 스토브리그 경기를 통해 현장에서 적용할 예정이다. 평가관을 투입해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피드백 과정을 거치겠다. 또한 시즌 개막 전에 겨울 스토브리그에서 경기규칙 적용 강화와 관련해 나타난 문제점을 확인해 전임강사를 통해 심판들에게 교육시키겠다. 그래서 올 시즌 개막전부터 시간 지연 행위에 대해 충분한 시간이 부여될 수 있도록 하겠다.
- 국내 U-12 지도자들의 일본 연수에 동행해 일본 유소년 경기를 관전하셨다. 일본의 U-12 경기를 보면서 심판위원장으로서 어떤 점을 느꼈나?
일단 선수들이 플레이를 지연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 이기는 팀도, 지는 팀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플레이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빨리 플레이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사실 우리는 이기는 팀이 빨리 플레이하면 못난이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이기는 팀도 굉장히 빠르게 하더라. 우리도 앞으로 유소년부터 K리그까지 이런 문화가 조성됐으면 한다. 앞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 일부는 추가시간이 길어지면 경기가 늘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추가시간이 늘어나서 경기가 지루함으로 늘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추가시간은 주심이 허비된 시간을 계측해서 그만큼 시간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축구를 소비하는 분들이 즐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경기규칙 적용 강화는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장려하고, APT를 늘려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또한 K리그 뿐만 아니라 유소년 단계부터 시간 지연 행위를 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