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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을문학] 문학도 - 박가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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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도文學徒
박가을/시인.문학평론가
우리는 시인이라며 충혈된 채
서로에게 펜을 들고 책갈피 속을 헤집고
책방을 넘나들며 때론 도서관에 숨기도 했다
안경테 너머로 뿌연 연무가 뿌려지면
붉은 가면을 벗고 삶에 중독된 행동을 한다
벌거벗은 채 방바닥에 흩어지고 쓰러지고
천정에 달린 백열등과 씨름하며
미쳐버리도록 거릴 활보하기도 했다
생존하는 법칙도 아닌데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혀 허둥거리는
옹졸한 인간 본연의 음란한 파티를 준비한다
너무나 복잡한 인간 세상
너무나도 균형에 지친 날들 그러나
책 한 권에 목숨을 구걸하는 나도
들판에 잡초처럼 서로를 물고 뜯고 있다
비평가들은 앙칼진 목소리로 잔치를 벌이고
지식에 물든 학자는 근엄하게 웃고 있다
나는 침묵한다
그러나 비탄에 젖은 운명처럼 시방
펜을 들고 나만의 울타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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