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쌈을 먹는 저녁
이복순
저녁 밥상의 호박잎쌈
깡 보리밥과 보리된장으로 만든 강된장
호박잎을 따라온 새끼호박 같이
어미 손 떠나와 오두만이 앉은 늦동생
덩굴손 뻗어 품속으로 당겨 안고
동글동글 입속으로 들어가며
호박꽃처럼 노오란 울음을 먹는다
겨드랑이에서 뻗어나 온 호박 넝쿨이
막내에게서 형에게 누나에게
다시
어머니 아버지에게로 이어가는 저녁
눈물 맺힌 노란 별들이 서로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피어나곤 했지
줄기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에는 덜 여물어서
뻗어 줄 넝쿨 없이 혼자 앉은 호박잎쌈
껍질 덜 벗은 까끌한 소년의 유년이
목울대를 툭우욱 치며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