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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같은 여자 / 박가을 시

나는 커피 같은 여자를 사랑했네..첫 사랑인 그녀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네
커피 같은 여자

    

               박가을 시인/문학평론가

    

나는 커피 같은 여자를 사랑했었네

햇볕이 따사로운 가을날

곱게 물든 단풍잎을 닮은 여자를 사랑했지

동네 어귀 종탑이 세워진 교회당

커피 향이 그윽한 낡고 허름한 커피숍

단돈 천 오백원 커피는

그 여자가 좋아하는 달콤한 속삭임이었다네

나는 이미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네



늘 그 자리

둘만이 앉을 수 있는 쬐그만 탁자

삐걱거리는 의자에 기대어

그 여자의 얼굴을 바라볼 때면

이 세상은 다 내 것으로 변해 있었다네

그 누가 그 여자의 미소를 훔쳐 갈까?

초조한 마음으로 눈치를 보다가도

그만 따사로운 마음속에 빠져버리고 말았지!

헤어지가 못내 아쉬워

그녀가 저만치 사라지는 길모퉁이를 돌아가면

쿵쿵거리는 마음으로 길가를 서성거리며

마냥 콧노래로 사랑 노래 부르고 있었지!



나는 그 예쁜 여자를 사랑하고 있었네

농구장 구석 캠퍼스 벤치

시간 가는 줄 모르며 재잘거렸던 그녀는

자판기 커피는 싱겁다며 바람을 솔솔 뿌려

홀짝홀짝 마시는 소리까지 사랑스러웠다네



국화빵을 좋아하는 여자

더듬이가 붙은 오징어구이를 즐겨먹던 여자

따끈한 국화빵처럼 달콤한 여자

가끔은 투정을 부려서 미웠던 여자

아직도 그 여자를 나는 사랑하고 있다네

음악이 멈출 것 같은 어스름한 저녁

빨간 사과처럼 수줍어하는 얼굴

솜털처럼 예쁜 사랑을 나눴던 여자

나는 그런 그 여자 사랑하고 있다네



세월이 지난 지금도

환하게 웃음 짓고 있는 그 여자

격이 없어 음악을 좋아한다는 여자

솔방울을 주워다 호주머니에 살짝 넣어주던 여자

첫사랑인 그녀

나는 그 여자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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