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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그린 에세이 제37호<1~2월호> 2020년 1월 10일 발행(발행인 이선우) / 류시호 논설위원

‘님의 침묵’을 집필하던 장소로 만해사상의 고향이 되었다.
    낙산사(洛山寺)와 만해마을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440년 전, 송강 정철이 강원도관찰사의 직함을 받고 원주에 부임하면서, 내금강·외금강·해금강과 관동팔경을 유람하며 경치와 감흥을 표현한 관동별곡이 있다. 관동 8경은 통천의 총석정, 울진의 망양정과 월송정, 양양의 낙산사 등이 있다. 낙산사는 의상대와 더불어 아름다운 경치에 많은 문인들이 노래를 하는데, 얼마 전 문학기행을 낙산사로 가서 오랜만에 들렸다.

  현재는 망양정과 월송정이 경상북도에, 삼일포·총석정·시중대는 북한지역에 있다. 망양정과 월송정은 필자가 군복무시 이 지역으로 자주 출장을 가서 여러 번 가보았다. 특히 이들 팔경에는 정자나 누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풍류를 즐기고, 빼어난 경치를 노래로 읊었다.

  낙산사를 방문한 후 바닷가로 갔다. 바쁜 도시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해변에서 소나무 길을 걷다보니 많은 문인들이 즐거움이 가득하다. 소나무와 바다를 배경으로 즉석에서 시낭송회를 했다. 그리고 바다, 파도, 갈매기 등을 보면서 답답한 가슴을 풀고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모두가 환호성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만해마을을 갔다. 여러 해전 백담사를 다녀왔지만 만해마을은 처음으로 갔다. 백담사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머물면서 불교유신론(佛敎維新論)님의 침묵을 집필하던 장소로 만해사상의 고향이 되었다. 그런데 전두환 대통령이 유배를 가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 빛을 깨치고 /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려 갔습니다. /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 님의 침묵을 낭독하다보면 나라사랑을 느끼게 한다. 이곳 만해마을은 시인이자 불교의 대선사, 민족운동가로 한용운 선생을 모신 곳이다.

  그런데 그의 소박했던 생활을 엿보게 하는 것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심우장이다. 심우장은 만해가 조선독립의 날까지 절조를 지키려고 조선총독부가 있던 남쪽을 등지고, 북향으로 지어 기거하던 곳이다. 그래서 필자도 가끔 방문하여 스님의 민족자주, 불교개혁 문학정신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천년 고찰 낙산사와 바닷가 그리고 독립운동가 한용운의 만해마을을 방문한 후 일행 모두가 만족한 모습이었다. 낙산사 경내를 걷다 보니 단지 안의 풍경이 참 아름답고, 철쭉과 온갖 나무들이 저마다 잎을 키우고 있었다. 나뭇잎이 초록으로 짙어가는 것은 꽃소식처럼 전해지지 않지만, 잎이 자라고 푸르러지는 자연의 변화와 계절의 변신에 탄성이 나온다.

  그런데 계절의 변화를 땅에서만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찾는다면 삶의 깊이가 훨씬 깊어질 것이다. 해송(海松)과 푸른 바다, 파도, 갈매기 등을 보면서 함께한 문인들과 고운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우리 모두 주위를 둘러보자. 필자는 나에게 호감을 갖고 햇볕을 가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향기로운 사람이 아닐까 한다.” 여름으로 가는 계절, 우리 모두 주변에 햇볕을 가려줄 수 있는 아름다운 지인을 만들며 살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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