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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칼럼)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 류시호 논설위원

이주노동자들의 고뇌의 삶을 보며 칸나가 되어 인간관계를 잘하며 살자.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세종문화회관에 음악 동아리회(이상만 회장) 초대로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연극을 보러 갔다. 이 연극은 김지나 작가가 5년 전 국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의 투신 사건을 계기로 이주민에 대한 주제인데 어둡고 딱딱한 부분이 많았다. 이 작품은 재일 한국인, 국외 입양아, 고려인의 역사를 담아내며, 이주자들을 시공간의 재배치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극이 시작되며 누군가의 추락사고로 멈춰져 있는 열차 안, 저마다의 짐을 안고 어디론가 가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려인의 후손으로 한국에서 정착하려 했던 남매사이 명과 만삭의 연화, 미국에서 자란 스티브와 소피아, 그리고 노년의 사나이가 마지막 칸에 함께 있다. 그리고 연극의 소재를 잘 전달하기 위해 2개월에 거쳐 언어 트레이닝을 받았고, 작품의 90% 이상을 러시아어·일본어·영어 등 외국어로 대화하고 한글 자막으로 설명했다.

 연극의 주인공들은 그들의 뿌리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나, 태어나고 자란 곳은 다른 곳이다. 과거에는 살기 위하여 또는 강제로 해외로 이주를 했지만,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대다수 이주자는 자유의지를 통해 스스로 살고자 하며 한국을 선택해서 왔다. 이주민의 이야기들이지만, 우리도 해외로 이주한다면 같은 환경에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이 작품에서는 자신들의 의지에 따라 한국에 정착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국외 입양아들과 동포 노동자들의 죽음, 외국인 노동자의 투신 사건 등은 살아있는 자들에게 삶의 가치에 대한 혼란을 준다. 그렇지만 낯선 이동을 하는 사람들과 정체(停滯)된 열차에서, 벌려진 시간의 틈을 통해 스스로 마주하고 자신의 정체(正體)를 찾아간다

 이 연극에서 필자는 시간과 공간의 끝이 없는 경계의 순환을 느꼈다. 그리고 칸나꽃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칸나의 전설과 꽃말 중에 행복한 종말, 존경이라는 꽃말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배우들은 연기를 통해 이주민의 아픔과 고통, 불안과 절망, 모든 것들을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 보내라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극의 제목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는 끊임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돌고 있는 순환임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바다의 한복판에 떠 있는 칸나꽃, 중간에 낀 사람들이다. 

 요즘 TV에서 이웃집 찰스와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국동포 등의 며느리와 시어머니 애환을 담은 고부갈등등을 보았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살며 피부로 느끼는 감정, 문화와 언어의 차이, 자라온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대한민국이 국제화 다문화 국가임을 느낀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백만 명이 넘었다. 저출산 시대 다국적 이주민은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밑거름이 된다. 동남아나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노동자들이 지방의 농장, 바닷일, 공장에서 일해주기에 일손 부족을 덜기도 한다

  이 작품은 약간 지루하고 난해했지만, 삶의 가치에 대한 배우들의 열연 덕분 새로운 연극의 실험적 표현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많은 사람이 젊은 시절에는 학교, 회사 친구와 지인, 친척들과 가까이 지낸다. 그러나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면, 친구와 친척도 멀어지고 가족과 자신뿐이다. 이주노동자들의 고뇌의 삶을 보며 칸나가 되어 인간관계를 잘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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