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Video Assistant Referee)의 눈이 더 날카로워진다.
2020 전반기 K리그 심판 교육이 11일부터 22일까지 제주 서귀포의 한 호텔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교육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등 아시아 대회에 참가 중인 국제심판과 부상자를 제외하고, 2020년 K리그를 누빌 주심과 부심을 비롯해 올해부터 새로 도입되는 VAR 전담 심판까지 모두 50여 명이 참가했다.
매 시즌 전 꾸준히 진행해 오던 심판교육이지만 올해는 이전과 조금 달라진 모습이었다. 핵심은 VAR이었다. 심판 행정의 일원화를 위해 올해부터 심판 운영의 키를 잡은 KFA는 VAR 전담심판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해 2020년 K리그 현장에 투입시킬 예정이다. 총 7명의 VAR 전담 심판이 선봉장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현직 주심이 VAR을 담당해왔다.
17일 찾은 심판교육 현장에서도 방점은 VAR 운영에 맞춰져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 날 오전 VAR 판독 과정에 관한 강의를 듣고 오후에 직접 VAR 시뮬레이션을 운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를 위해 강의실 한 쪽에 실제와 동일한 VAR 화면과 장치가 두 세트 설치됐다.
지난 K리그 영상을 바탕으로 참가자들은 주심과 VAR, AVAR(Assistant Video Assistant Referee, VAR의 보조 역할 수행)로 역할을 나눠 직접 판정을 내리는 연습을 했다. RO(Replay Operator, 영상기술자)도 직접 교육 현장에 투입됐다. 7명의 VAR 전담 심판이 모든 K리그 경기를 커버할 수 없기에 기존에 VAR을 봤던 주심도 동일하게 화면 앞에 앉았다. 교육인 만큼 모두가 고르게 VAR을 경험했다.
올해 VAR 전담심판으로 활동할 22년차 매호영 심판은 “K리그1이나 K리그2에서 주심을 했던 사람 중 은퇴 직전의 심판들이 VAR 전담심판으로 나선다. 국내에서 일정 기준을 통과하고 IFAB(국제축구평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VAR 전담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VAR 전담심판을 두는 가장 큰 목적은 정확성과 통일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미 곳곳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는 VAR이지만 본연의 목적인 ‘오심 줄이기’를 위해서는 정확성과 통일성의 증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원창호 KFA 심판위원장은 “VAR 판정에 대한 정확성과 통일성을 높이는 것이 이번 교육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사람마다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건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다. 시각의 차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정확성과 통일성이라는 두 키워드를 인지한 참가자들은 교육 내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때로는 특정 상황에서 의견의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목적은 동일했다. 공정하고 신뢰 받을 수 있는 판정 만들기였다. 강의에 나선 유병섭 강사는 참가자들에게 “빨리 하려고 하지 말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를 수차례 강조했다.
매호영 심판은 “전담 심판이 주는 무게감은 꽤 크다. 책임감이 많이 생긴다. 또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기에 전담 심판진을 포함한 심판 모두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KFA는 VAR 전담심판 제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월드컵 등 메이저 국제대회를 제외하면 각 국 프로리그에서 VAR 전담심판을 활성화시킨 사례는 아직 드물다. 7명의 VAR 전담심판은 한국 프로축구의 VAR 전담심판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이다.
원창호 심판위원장은 “선수와 마찬가지로 심판의 기량도 단시간에 올리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정확도와 통일성을 높이려는 노력과 솔직하고 투명한 운영으로 심판의 기량과 신뢰를 동시에 향상시킬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심판 운영과 관련해 폐쇄적으로 운영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심판 운영의 여러 이슈를 공개하고 상호 소통하면서 서로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