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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첫 출전 앞둔 덕계축구회 “우리에겐 ‘꿈의 무대’입니다!”


평범한 조기축구회에게 있어 FA컵은 어떤 의미일까? 경기도 양주시를 연고로 하는 덕계축구회 구성원들에게는 FA컵이 ‘꿈의 무대’다.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모여 공을 차고 함께 땀 흘리는 걸 낙으로 삼는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FA컵을 준비하고 있는지 ONSIDE가 들어봤다.

덕계축구회는 지난해 K5 경기권역 리그에서 3승 2무 무패의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고, 같은 해 11월 열린 K5리그 챔피언십에도 출전한 생활축구계의 강팀이다. 1982년에 탄생해 올해로 3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은 그동안 지역의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최근 들어 K5리그를 통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팀의 총 회원 수는 55명 정도다. 연령대별로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김흥용 덕계축구회 감독은 “전체 회원 수 중 3분의 1이 40대, 50대, 60대 회원들이다. 70대 회원도 두 분이 있다. 가장 젊은 20대 회원들은 10명 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 동네 운동장에서 공을 차기 시작한 덕계축구회는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양주시청소년수련원으로 자리를 옮겨 평일 저녁(비정기)과 일요일 아침(정기)에 함께 운동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운동장 대관이 어려워 모이지 않고 개인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김흥용 감독은 “K7리그부터 참여해 K6리그에서 권역 준우승을 기록하고 K5리그로 올라오니 양주 전역에 소문이 나서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20대 회원들이 1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인원수가 꽤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조기축구회가 그러하듯 덕계축구회도 가족처럼 화목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각 연령대의 회원들이 서슴없이 어울리고 함께 식사하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야말로 따뜻한 연대다. 김운수 덕계축구회 코치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운동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 젊은 회원들은 지인들도 데리고 나온다. 20대 회원부터 70대 형님들까지 형·동생처럼 지낸다. 같이 땀 흘리면서 재미있게 축구를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김성현 덕계축구회 회장도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팀이니 상호간의 정은 당연히 돈독할 수밖에 없다. 현재 내가 이 팀의 18대 회장인데 매주 운동할 때마다 역대 회장님들이 다 나와 회원들을 격려하고 함께 운동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경험한 K5리그 챔피언십은 이들에게 있어 잊지 못할 추억이었다. K5리그 전국 11개 권역에서 우승을 차지한 11팀이 모여 왕중왕을 가린 이 대회에서 덕계축구회는 비록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하고 중간에 탈락했지만, 타 지역 강팀들과 맞붙으며 자신들의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어 뜻 깊었다고 했다.

김흥용 감독은 “일반적인 생활체육 경기와는 달랐다. 각자의 능력을 꼭 필요로 하는 대회였다. 우리에겐 너무 큰 대회였다. 경기도 대표로 나갔으니 최선을 다하자고 회원들과 다짐했고 후회 없이 뛰었다”고 이야기했다. 김성현 회장도 “각 지역 1위 팀들이 모여 왕중왕을 가리는 대회였다. 다른 지역은 축구를 잘하는 회원들이 손발을 맞춰서 출전했지만 우리는 매주 일요일 아침에 모여서 운동하기에 아무래도 이들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K5리그 챔피언십은 아쉬움으로 끝났지만 이들에게는 그때의 아쉬움을 씻을 기회가 다시 한 번 있다. 바로 FA컵이다. 덕계축구회는 2019년 K5리그 권역 1위 팀의 자격으로 올해 열리는 FA컵에 출전한다. 사상 첫 출전이다. 이들에게는 처음 경험하는 큰 무대다. 다가오는 FA컵 1라운드에서 덕계축구회는 K3리그 평택시티즌FC와 맞붙는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가 경쟁하는 ‘꿈의 무대’다. 누구나 인정한다. 그래서 덕계축구회 구성원들도 FA컵을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축구 선수였던 김운수 코치는 “덕계축구회에도 나를 포함해 과거 축구 선수를 했다가 그만 둔 친구들이 있다. 다른 회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에게는 FA컵 출전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축구 선수 인생에서 한 번 찾아오기도 힘든 기회인데 드디어 올해 FA컵에 나가게 돼 감회가 새롭다. 최선을 다할 것이고, 1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흥용 감독은 “덕계축구회에서 운동하면서 FA컵을 나가는 게 어찌 보면 꿈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FA컵에 나가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이왕 나가는 거 후회 없이 경기하기 위해 20대, 30대 회원들을 위주로 철저히 준비 중이다. 사실 생활축구팀의 특성상 단체로 체력 관리 등을 하기 힘들다. 개인적으로 관리를 잘하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일 FA컵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이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함께 모여서 운동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김흥용 감독은 “역사가 오래된 팀인 만큼 앞으로도 덕계축구회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이 명맥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다음 세대에도 우리 회원들이 건강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성현 회장은 “대회에 나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떠나 서로가 단합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문화는 쭉 유지되어야 한다. 축구를 매개체로 덕계축구회 회원 모두가 돈독한 사이를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덕계축구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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