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3리그가 완전히 달라진다. K4리그가 첫 선을 보인다. 향후 1부리그부터 7부리그까지 완벽하게 구성될 한국 축구 디비전 시스템의 ‘허리’ 역할을 할 리그들이다. 올해부터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일 통합 K3리그와 K4리그. 당신이 K3리그와 K4리그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축구 디비전 시스템은 1부리그부터 7부리그까지 완벽한 승강제가 이뤄지는 걸 목표로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시점으로 축구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한국 축구는 잉글랜드, 독일 등 유럽 축구 선진국 못지않은 디비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과제였다.
2007년 K3리그가 처음 출범하고 이후 K리그1과 2가 구축됐지만 당장 승강제를 적용하기에는 무리수였다. 우선은 서로간의 연관성이 적었고, 실업리그인 내셔널리그(2019년 폐지)가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높아진 팬들의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승강제 구축이 절실했다. 김대업 KFA 디비전팀 팀장은 “외국의 경우 1부리그부터 9부리그까지 모든 성인 팀들이 승강제를 시행하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까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K리그 1과 2가 이미 생겼으니 1부리그에서부터 4부리그까지만이라도 우선 승강제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출범하는 통합 K3리그와 K4리그는 오랜 기간 팬들이 요구해왔던 디비전 시스템 구축의 시작인 셈이다. 우선 K3리그와 K4리그의 승강제를 문제없이 진행한 뒤 추후 K리그2와의 연결성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대업 팀장은 “1부리그부터 4부리그까지 승강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각 리그 간의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중간에 끼게 된 내셔널리그를 설득해 올해와 같은 형태의 K3리그, K4리그를 출범시켰다”고 설명했다.
KFA는 지난해 12월 K3리그, K4리그에 참가할 28개 팀을 1차로 확정해 발표했다. 오랜 논의 끝에 K3리그는 내셔널리그에 참가했던 8개 팀에 기존 K3리그 어드밴스 및 베이직에 참가했던 8개 팀이 합쳐졌다. K4리그는 기존 K3리그 10개 팀과 신생팀 인천남동구민축구단, 진주시민축구단이 합류했다. 3월 말 현재는 K4리그에 고양시민축구단이 추가로 합류해 총 13개 팀이 됐다.
이들은 올 시즌부터 승강 경쟁을 펼친다. K3리그 정규리그 최종 15위, 16위는 K4리그로 자동 강등되며 K4리그 정규리그 최종 1, 2위는 K3리그로 자동 승격된다. K3리그 정규리그 14위와 승격플레이오프(K4리그 정규리그 3위 vs 4위) 승리 팀은 홈 앤드어웨이로 진행되는 승강결정전을 통해 승격 팀을 가린다.
추후 K3리그가 K리그2와, K4리그와 K5리그가 승강제로 연결이 된다면 한국도 유럽처럼 1부리그부터 7부리그까지 치열한 승강제를 치르며 팬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날이 빠르게 올 것이다. 김대업 팀장은 “1부리그부터 4부리그까지는 직업 축구로, 5부리그부터 7부리그까지는 취미 생활로 즐기는 생활인들의 리그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과거와 가장 달라진 점은 내셔널리그 팀과 K3리그 팀의 만남이다. 인프라가 풍성해지면서 보는 재미도 더 높아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프로 진입을 꿈꾼다는 것이다. 언제가 될지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프로에 가겠다는 목표는 동일했다.
K4리그에 참가하는 시흥시민축구단 우경락 사무장은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낸 상위 몇 팀들이 K3리그에 올라갈 수 있는 기대를 가지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디비전 로드맵을 통해 만년 하부리그 팀이 아닌 미래를 향한 꿈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K3리그 우승팀인 화성FC도 비슷한 대답을 했다. 화성 전정민 사무국장은 “언젠가 K리그2와 K3리그가 제대로 연결된다면 꼭 정당한 방법으로 승격하고 싶다. 단순히 돈이 많기 때문에 승격하는 것보다 좋은 성적을 내며 단계를 밟아 당당히 승격하는 팀이 되는 게 목표”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이 원하는 대로 K리그2와 연결돼 제대로 된 승격 시스템이 갖춰지려면 우선 리그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질은 높이는 건 어렵지 않다. 지역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지역에 깊이 녹아들 수 있는 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각 팀들이 해왔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치지 말고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K3리그 천안시축구단 유영근 사무국장은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각자의 팀을 운영하는 철학 중심에 팬들이 있었으면 한다. 과거에는 팬보다는 선수와 경기에 초점이 맞춰져 리그가 진행된 면이 없지 않았는데, 올해 K3리그에서는 팬들의 눈높이에 맞는 팬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리그 수준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도 K3리그와 K4리그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미 기존 K3리그를 통해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좋은 기회를 받아 프로에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승강제로 연결이 된다면 이 같은 기회의 빈도가 더 잦아질 수 있다. 지켜보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흥미가 배가될 수밖에 없다.
김대업 팀장은 선수의 기회와 연관 지어 이를 설명했다. 김 팀장은 “많은 엘리트 선수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나 대학으로 간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목표인 프로에 가는 비율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차선책인 대학 리그 외에도 별도로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직업군의 리그로서 K3리그와 K4리그를 확대 재생산시키는 게 필요하다. 이들이 다시 한 번 꿈을 꾸면서 프로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기회를 받지 못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은퇴를 방지하고, K3리그와 K4리그를 통해 자아실현을 충분히 한 뒤 만족스러운 은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뜻이기도 하다. 김대업 팀장은 “K3리그, K4리그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면 프로 승격뿐만 아니라 일본, 유럽 등 해외 하부리그로의 진출도 활발해질 것이다. 축구 선수 생활 연장에 도움이 되는 건 물론이고, K3리그와 K4리그를 선수들이 직업군으로서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