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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자연인이 된 이장관 감독


[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리그 개막일만 하염없이 기다리던 KFA 홈페이지가 결국 휴대폰을 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인 축구인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었다. “요즘 뭐하세요? 잘 지내시나요?”

“아, 저 지금 집 앞에 있는 산에 올라왔습니다.”

14일 오후 KFA 홈페이지의 전화를 받은 용인대 이장관 감독이 유쾌하게 말했다. 용인대도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올해 1월 창녕에서 열린 제16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2020년을 기분 좋게 시작한 용인대는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춘계연맹전 취소, U리그 연기로 훈련도 못하고 있다.

“저희 축구부뿐만 아니라 용인대 내에 있는 모든 체육부가 기숙사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 훈련은 당연히 하지 못하고 있죠. 한 번 모이려고 했는데 그것도 계속 연기되는 중입니다.”

의도치 않게 여유 시간이 생겨버린 이장관 감독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바로 가족과의 시간이다. “평소에는 시간이 없어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집에 있다 보니 가족과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죠. 저희 아들도 운동을 하지만 현재 학교에 가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틈틈이 가족과 함께 산에 가는 등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KFA 홈페이지와 전화 연결이 된 14일에는 혼자 산을 오르고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의 자택 근처인 경기도 용인에 있는 석성산이다. 일반인들이 평소 걸음으로 정상까지 올라갈 경우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높이의 산이지만 이 감독은 뛰어서 40분 만에 정상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가끔 낚시도 다니고, 물가에도 가고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연을 즐기고 있습니다.”

물론 마음이 100% 편안하지는 않다. 언젠가 시즌은 개막할 것이고, 다시 치열한 경쟁의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 자연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시즌 준비로 인한 걱정이 가득이다.

“여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초조한 마음도 있습니다. 개막 연기가 생각보다 더 늦어지고 있거든요. 아마 모든 지도자들이 같은 마음일 겁니다. 1, 2학년 대회를 잘 마치고 동계훈련을 춘계연맹전에 맞춰 준비했는데 대회를 못하게 됐잖아요. 그 때 훈련했던 부분들을 지금 다시 복기하는 중입니다. 언제 개막될지 모르니 준비를 해놔야 하잖아요. 쉬는 게 쉬는 것 같지 않아요. 이렇게 오랫동안 그라운드에 나가지 못한 적이 없어서 초조하고요.”

선수들에게는 우선 컨디션 관리를 강조했다. “몸 관리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조했어요. 그거 말고는 다른 얘기를 하지는 않았죠. 어차피 우리 선수들은 항상 (경기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들입니다. 컨디션이 다운되지만 않도록 관리하면 될 거라고 봅니다. 코치들이 선수들의 상황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어요.”

다시 시즌이 개막되면 용인대는 가장 높은 자리를 바라보고 달린다는 각오다. “1, 2학년 대회를 우승으로 끝냈고, 몇몇 선수가 프로에 갔어요. 선수들의 라인업이 지난해와 달라졌고 신입생 중에서는 부상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은 선수들도 있죠. 모두 좋은 선수들이기 때문에 잘 준비하면 어느 대회든 한 번 정도 더 우승을 노릴 만 하다고 봅니다. 특히 U리그에서는 6년 연속 권역 1위 기록을 세우고 싶어요. 이 연속이라는 기록이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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