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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2019년 보낸 화성FC 김학철 감독 “목표 의식을 심어주세요”


[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2019년 9월 18일 화성종합경기타운. 프로 명문 수원삼성과의 FA컵 4강 1차전 맞대결에 나선 K3리그 화성FC는 전반 24분에 터진 문준호의 선제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하며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기적을 만들어냈다. 김학철(48)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은 건 이 때부터였다.

강릉상고, 국민대를 나온 김학철 감독은 프로시절 베테랑 수비수였다. 1995년 대우 로얄즈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후 대구FC, 인천유나이티드를 거치며 12년 간 활약한 뒤 2008년을 끝으로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인천 2군 코치를 맡았고, 인천 U-18인 대건고 감독을 역임하는 등 지도자로서의 기량을 충실히 쌓았다. 잠시 독일로 떠나 선진 축구를 경험하기도 했다. K3리그와 인연을 맺은 건 2016년이었다. 당시 그가 맡았던 팀은 K3리그 단골 우승 후보인 포천시민축구단이었다.

“처음 K3리그에 발을 들였을 때는 저도 남들처럼 선입견 같은 게 있었죠. 그 때만 해도 K3리그는 갈 곳이 없을 때 선택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거든요. 사전 정보도 전혀 없었고요.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실상은 다르더라고요. 환경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가능성으로 똘똘 뭉쳐있는 걸 직접 확인했어요.”

김학철 감독은 K3리그 데뷔 6개월 만에 태국 파타야유나이티드 감독직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오래 있지 못하고 다시 K3리그로 돌아왔다. 그를 받아준 팀은 화성FC였다. 전임 김성남 감독 하에서 코치직을 수행하며 재차 심기일전한 김학철 감독은 2019년 감독으로 승격하며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주려 했다. 2019 시즌을 앞두고 화성은 수원 삼성 출신 문준호, K리그 145경기를 뛴 김동석, 인천과 경남FC를 거친 전보훈 등 프로 출신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화려한 스쿼드를 구축 중이었다. 이들이 K3리그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목표 의식이 절실했다.

“그동안 K3리그에 있으면서 선수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두 가지 특징이 보여요. 절박한 심정으로 오는 선수가 있는 반면 그냥 목표 의식 없이 시간이나 보내려고 오는 선수들이 있다는 거죠. 저희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이들 개개인에게 목표를 심어주는 게 우선입니다. 물론 팀이 얻고자 하는 목표도 분명하게 잡아야겠죠.”

“선수단 모두를 무조건 다 끌고 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의지가 있는 선수들을 끌고 가야죠. 선수들이 목표를 세우게 되면 잠시 다른 길로 빠졌다고 해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향성이라는 게 생겨요. 그냥 맹목적으로 ‘1년 더해야지’가 아니라 ‘올해 1년 충실히 뛰어서 목표를 이뤄야지’라는 생각을 갖도록 유도합니다.”

이미 성인 선수들이고 경험이 풍부한 선수이기 때문에 축구와 관련해서는 감독이 따로 터치하지 않는다. 몸 관리도 마찬가지다. K3리그 선수라면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김학철 감독의 생각이었다. 자신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은 이들이 스스로 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중고 학생들처럼 매일 붙잡아놓고 잔소리를 할 수는 없어요. 이미 성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하죠. 사실 선수들에게는 팀에 소속돼 운동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할 일은 옆에서 도와주는 것뿐이에요. 모든 걸 다해줄 수는 없어요. 선수들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고 준비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물론 선수에게 안 좋은 부분이 보인다고 판단할 경우, 그 때는 감독이 개입합니다. 알아서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더라도 아닌 건 아니거든요. 그럴 때는 미팅을 해요. 현재 본인 생활, 본인 위치에 대해 선수도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선수도 잘못된 점을 알고 다시 준비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팀으로 똘똘 뭉친 화성FC는 K3리그에서 승승장구하며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고,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V2를 달성했다. FA컵에서는 K3리그 팀 최초로 4강까지 올랐다. 더욱이 4강 1차전에서 명문 수원을 격파하며 화제를 모았다. 비록 2차전에 패해 결승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김학철 감독을 포함한 화성의 구성원들은 축구팬들의 넘치는 박수를 받았다. 화성으로서는 절대 잊지 못할 2019년이다.

이미 기본 이상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에게 목표 의식을 심어주니 날개가 자라났다. 화성이 2019년을 화려하게 마칠 수 있었던 이유다. 물론 이 때의 영광에만 매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0년의 화성은 다시 도전자다. 지난해의 기억은 모두 잊고 새로 준비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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