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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민축구단 김기수, 그는 ‘제2의 이정수’를 꿈꾼다!


[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수비수로서 두 골을 성공시키며 스타덤에 오른 이정수는 원래 2002년 안양LG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공격수였다. 그러나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했고, 이 선택은 이정수의 인생을 바꾸는 ‘신의 한 수’가 됐다.

K4리그 울산시민축구단에도 ‘제2의 이정수’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포지션 변경을 선택한 선수가 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울산시민축구단에 몸 담고 있는 김기수(25)다.

김기수는 10대 후반에 주목할 만한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현대고 3학년이던 2013년에는 청룡기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울산현대의 우선지명까지 받았다. 2014년 연세대학교에 입학한 김기수는 당시 매탄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한 김건희(현 수원삼성)와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그야말로 엘리트 코스, 탄탄대로를 달리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는 대학교 2학년부터 슬럼프에 빠졌다. 스타일이 간파당한 이후부터 볼을 뺏기는 일이 많아졌다. 서서히 자신감을 잃었고, 공을 피해 다니는 일도 잦아졌다. 결국 연세대를 졸업한 그는 2018년 K3리그 부산FC(현재 해체)를 거쳐 지난해 울산시민축구단에 입단했다.

울산시민축구단에 오게 된 건 윤균상 감독과의 인연 때문이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울산 출신 선수를 중용하는 문화가 있다. 윤 감독은 김기수가 현대중학교에 다닐 때 코치였다. 10년 만에 제자를 다시 보게 된 윤 감독은 김기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자 고심 끝에 포지션 전향을 권유했다.

윤 감독은 ”어린 시절에 봤던 (김)기수를 다시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성장하지 못했다. 신장과 스피드는 뛰어난데 기술이 부족했다. 그래서 중앙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꿨는데 곧잘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심리적, 기술적으로 발전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사회복무요원이 끝난 후 상위리그로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1라운드 울산시민축구단과 김해재믹스FC의 경기를 본 필자는 반가움과 놀라움을 동시에 느꼈다. 연세대 시절 봤던 김기수를 현장에서 다시 보게 됐다는 점에서 반가웠고, 공격수로 활약하던 그가 수비수로 나선 모습이 놀라웠다. 덕분에 그의 움직임을 더욱 유심히 지켜보게 됐다.

아마추어인 K5리그 선수들에게 김기수는 마치 벽과 같았다. 김해재믹스FC 선수들이 190cm의 키에 스피드까지 준수한 김기수를 뚫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공격수로서의 본능도 아직 살아 있었다. 코너킥 상황에서는 문전에서 적극적으로 골을 노렸다. 결국 그는 전반 40분 2-0으로 달아나는 골을 성공시켰다. 울산시민축구단은 재믹스를 5-1로 가볍게 물리치고 FA컵 2라운드에 진출했다.

경기 후 김기수는 “승리를 해서 기쁘지만 수비수로서 마지막에 실점해 아쉽다. 다음에는 철저히 준비해 무실점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자신이 넣은 팀의 두 번째 골에 대해선 “내가 잘 했다기보다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공이 내 몸 맞고 얼떨결에 들어갔다. 그래서 골 세리머니를 하기도 애매했지만 기분은 좋았다”며 웃었다.

포지션 전향에 대해 묻자 그는 “지난해 중앙수비수 한 자리가 공석이 돼 뛰게 됐는데 감독님이 마음에 들어 하셨고, 포지션 전향을 권유하셨다”면서 “수비수로 2년차에 접어드는데 이제는 수비수가 몸에 맞는 것 같다. 공격수 자리가 어색하다. 그래도 아직 공격 본능을 다 버리지는 못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끝으로 김기수는 “내년에 사회복무요원이 끝나는데 그때까지 팀에 폐를 끼치지 않고, 최대한 많이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리고 상위리그에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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