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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긍연 대회위원장이 꿈꾸는 KFA 리그의 미래


[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일이 너무 많네요(웃음).” 출근하자마자 회의를 마치고 온 조긍연 KFA 대회위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매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조긍연 대회위원장은 올해로 KFA에 온지 2년 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2월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신임 대회위원장으로 선임된 후 초·중·고·대학축구와 여자축구, 생활축구 현장을 샅샅이 누비며 관계자들의 고충을 듣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포철에서 프로에 데뷔한 조긍연 대회위원장은 1992년 울산현대에서 은퇴하기까지 리그 153경기에 출전해 39골 7도움을 기록했다. 1981년에는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2000년 포항스틸러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선문대학교 감독, 옌벤FC(중국) 감독을 거쳤고 이후 3년 간 공백기를 가진 뒤 2016년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으로 선임되며 행정가로 변신했다.

KFA 대회위원장직은 ‘행정가’ 조긍연 대회위원장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다. 관리해야 하는 리그, 팀이 많아진 만큼 매일이 바쁜 건 당연하다. “일이 너무 많아요(웃음).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을 할 때는 22개 팀만 관리하면 됐는데 지금은 초·중·고·대학축구에 여자축구, 생활축구까지 하다 보니 정신이 없네요.”

지도자의 의식 변화는 필수

조긍연 대회위원장은 비상근직이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축구회관과 현장을 다니고 있다. “비상근직이지만 오버(?)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번도 쉰 적이 없고요. 물론 그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 밥값은 해야죠. 개인적으로 품어왔던 여러 숙제들을 여기서 하나씩 풀어가려고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일을 할 거예요. 그래야 제 밑에 있는 대회운영팀 직원들도 일을 하기 편하니까요.”

조긍연 대회위원장이 말하는 숙제는 물론 리그, 대회의 발전이다.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건 초등학교 축구다.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풀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조 위원장은 풀뿌리가 튼튼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고,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들의 훈련은 지도자가 합니다. 지도자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 건 당연한 이야기죠. 초등학교 레벨일수록 기본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도자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 숟가락, 젓가락질 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서 중학교에 올려 보내면 스스로 밥을 먹는 건 전혀 문제가 없거든요. 같은 원리예요. 초등학교 때 기본기를 충실히 가르치면 10년 뒤에는 분명 한국축구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보거든요.”

결국은 교육이다. 조긍연 대회위원장은 교육은 자신의 권한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할 수 있는 한 힘을 보태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매년 전국을 다니면서 지도자들을 만나고 꾸준히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만 절반이라도 의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결국엔 그게 다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으로 돌아가게 되는 거고요.”

조긍연 대회위원장은 ‘축구에 정답이 없다’는 생각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르게 말하면 지도자가 여러 가능성과 선택지를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누구를 가르친다는 건 진짜 위험한 겁니다. 내 생각이 100% 맞다는 보장이 없으니까요. 축구는 정답이 없어요. 그러니 ‘너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 돼’라는 생각보다는 ‘이런 방법도 있다’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건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축구에 정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접근하게 되면 지도자들은 아이들을 몰아붙일 수밖에 없고, 이는 마음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조긍연 대회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담을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어린 선수들이라고 하더라도 지도자로부터 체벌을 당하는 게 흔했죠.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은퇴할 때까지 한 번도 마음 편하게 운동장을 뛰어다닌 적이 없어요. 트라우마가 생긴 거죠. 그게 평생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어린 아이들일수록 절대 뭐라고 하지 말고 운동장에서 마음 편히 놀도록 놔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 개선, 피할 수 없다

그 다음에 언급한 건 제도 개선이다. 출범한지 10년이 넘은 초·중·고·대학리그가 이제는 변화해야 한다는 게 조긍연 대회위원장의 생각이다. 조 위원장은 2008년 출범한 대학축구 U리그를 예로 들었다.

“U리그도 곧 1, 2부 승강제를 시행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현재 대학축구는 소위 말하는 좋은 팀과 좋지 않은 팀의 격차가 꽤 심한 편이에요. 이런 팀이 만나서 경기를 하면 스코어가 7-0, 8-0 이렇게 나오죠. 일방적으로 지는 팀은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이런 경기는 하면 안 됩니다. 서로 실력이 비슷한 팀끼리 경쟁해야 해요. 그래야 피하는 법도 때리는 법도 배우면서 성장할 수 있어요. 실력이 좋은 팀은 좋은 팀끼리 경쟁하고,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팀은 떨어지는 팀끼리 경기하는 게 맞습니다. 또 1, 2부를 나눠 진행하게 되면 그동안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하위권 팀들도 우승이라는 목표 의식과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게 되죠.”

고등학교 축구는 가장 중요한 대학입시에 주말리그 반영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등학교는 사실 대학 입시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로서는 대학 수시 전형이 (주말리그가 아닌) 전국대회에 쏠려있어요. 입시요강은 대학교의 자율이기에 결국엔 이 입시요강에 주말리그 반영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 방안을 준비 중이고 이를 위해 고등학교, 대학 지도자들과 면담까지 진행했는데 긍정적인 반응이었어요. 곧 세부 계획을 잡을 겁니다.”

조긍연 대회위원장은 현 초·중·고·대학축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저학년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한국 유소년 축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그리고 상급 학교 진학을 위해 주로 고학년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경향이 강하다. 저학년 선수들은 기회를 잘 얻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올해부터는 저학년 대회가 의무조항이 됐어요. 똑같이 대회에 나가서 누구는 경기하고, 누구는 경기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대회에 나가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경기를 하고 돌아와야 해요. 저학년 대회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죠.”

올해 조긍연 대회위원장의 최대 목표이자 고민은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부터 대회를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리그의 개막이 지연됐고, 동시에 축소됐다. 현재 K3리그 등 일부 리그만 재개된 상태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및 대회 중단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걱정인 건 대학 입시가 걸린 고등학교 축구다. 다른 레벨의 리그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고, 여유도 없다. “고등학교 선수들은 대학 입시를 위해 수시 전형을 봐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가 유행 안한다는 보장이 없어서 이게 제일 걱정되네요. 일단은 하계 전국대회만큼이라도 원활히 치를 수 있도록 코로나19가 더 이상 심각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다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데, 여름 방학 때만이라도 잠잠해져서 하계 대회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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