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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에서 88명이 된’ 송월FC의 꿈 “누군가에게 기회의 장이 되길”


[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8명으로 시작한 조기축구회

처음에는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기축구회였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휴일에 함께 공을 차는 것만으로도 큰 만족을 느끼는,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인들의 휴식처나 마찬가지였다. 2010년부터 송월FC를 이끌고 있는 진경수 감독은 “송월FC는 1998년에 창단됐다. 다른 팀과 마찬가지로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공을 차고 연습경기를 하는 평범한 생활축구팀이었다”고 회상했다.

초반에는 8명 정도의 인원이 전부였다. 이 때문에 연습경기를 하게 되면 선수를 빌려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2010년 진경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난 후에는 변화가 생겼다. 진 감독은 강수일, 김상록, 전재호 등 인천유나이티드 출신 선수들이 주축이 된 봉사단체 ‘아미띠에’의 선수들을 일부 팀으로 합류시켰다. 이 선수들이 각자의 지인을 데리고 오면서 규모가 점차 커졌다.

“인천유나이티드 선수 시절 ‘미추홀 고릴라’라는 별명을 가졌던 박재현이 축구를 좋아하는 동생들을 이 팀으로 많이 영입했죠. 송월FC가 자리를 잡고 규모를 늘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 장본인이라고 봐도 됩니다. 덕분에 정말 다양한 배경을 지닌 선수들이 많아요. 프로에서 활약했던 선수들도 있지만 일반 회사원도 있습니다. 이중에는 강력계 형사도 있고요.” - 진경수 감독

현재 송월FC는 88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는 대규모 생활축구팀으로 변모했다. 20~30대 청년부가 44명이 있으며 나머지는 40세 이상의 장년부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진경수 감독은 “K5리그와 FA컵에 출전하는 청년부는 일주일에 한 번씩 평일 야간에 운동하고, 40세 이상으로 구성된 장년부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에 모여 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엘리트 출신과 일반인이 함께 어울리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그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 모였으니 분위기는 화기애애할 수밖에 없다. 진경수 감독을 포함한 송월FC의 구성원들은 팀 분위기에 대해 하나 같이 “가족과 같다”며 입을 모았다.

“저희 팀은 화합이 잘 됩니다. 선후배 관계들이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를 항상 유지하고 있어요. 인천시축구협회나 중구축구협회에서도 운동장 대관과 격려금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잘해주고 계십니다.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 진경수 감독

인천중부경찰서에서 형사로 근무 중인 옥동민은 송월FC에서 8년 째 뛰고 있다. 이전에는 축구를 한 적이 전혀 없는 일반인이지만, 지금은 엘리트 선수 출신이 많은 송월FC 구성원들과 어울려 즐겁게 공을 차고 있다.

“이 팀에 실력자들이 정말 많아요. 저처럼 정식으로 축구를 배우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 이들과 함께 운동하다 보면 스스로 습득되는 것도 많고 이래저래 좋더라고요. 다들 잘 어울리고 즐겁게 축구해서 저 역시도 매번 기분 좋게 땀흘리고 있습니다.” - 옥동민

언남고와 홍익대를 졸업하고 대전시티즌과 인천유나이티드에서 프로 생활을 한 이상희는 선수 은퇴 후 전도사로 지내는 중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송월FC에 나와 공을 차는 건 그에게 있어 큰 기쁨이다.

“운동을 그만두면서 1년간은 축구공을 아예 만지지 않았어요. 1년이 지나니 축구에 조금 미련이 남더라고요. 일상생활과 신앙생활을 병행하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렇게 송월FC에 들어와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하니 그저 좋아요. 좋다는 말밖에 할 게 없어요.” - 이상희

J2리그 요코하마FC와 K3리그 경주한수원축구단에서 뛰었던 배후민도 비슷한 대답을 내놨다. 배후민은 “축구를 그만둔 지 4~5년 쯤 됐는데, 그동안은 축구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팀이 없었다. 송월FC에 들어오니 아는 선후배들이 많았다. 덕분에 이 팀에서 즐겁게 축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비전리그가 도입되면서 송월FC 구성원들에게는 좀 더 축구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특히 청년부 소속으로 과거 엘리트 선수를 경험했던 회원들에게는 디비전리그가 특별한 목표로 자리 잡았다. 추후 열릴 K4리그로의 승격 기회는 놓칠 수 없는 ‘당근’인 셈이다.

이상희는 “(디비전리그가) 우리에게는 굉장히 흥미롭다. 승격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어쨌든 긍정적이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배후민도 “지난해 K5리그에서 권역 우승하고 이 자리까지 왔는데 1년 농사를 잘 지어서 해마다 승격하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쉽게 지지는 않을 것

6월 6일 열리는 제주유나이티드와의 FA컵 2라운드도 송월FC에게는 또 다른 ‘당근’이다. 최근 열린 FA컵 1라운드에서 수비수로 풀타임을 소화한 이상희는 “2라운드가 프로팀인 제주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이라 더욱 욕심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 편집자 주: 송월FC는 제주유나이티드와의 FA컵 2라운드에서 0-4로 패했다.)

프로를 포함한 상위리그 팀과 격돌할 수 있는 FA컵은 과거 선수를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추억이나 마찬가지다. 이상희는 “우리로서는 많이 힘든 경기를 하겠지만 결코 쉽게 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어쨌든 5년 전에는 나도 프로였기에, 제주유나이티드와 경기를 하다 보면 내 안에 있는 승부욕이 다시 끌어오를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배후민도 지난 FA컵 1라운드에서 미드필더로 풀타임을 뛰었다. 그는 “대학교(홍익대) 시절에 FA컵을 나가 보고 이번이 두 번째”라면서 “2라운드가 프로팀인 제주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이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생활축구팀의 제주 원정길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비용을 포함한 원정 준비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월FC는 후회 없는 도전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상희는 “우리는 어디까지나 도전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후회 없이 뛰겠다”고 말했다.

송월FC를 통해 다시 꿈을 꾸길

진경수 감독은 송월FC가 단순한 생활축구팀이 아닌 축구를 다시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랐다. 사비를 들여서라도 송월FC의 규모를 키운 이유다.

“K5 권역리그를 포함한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다보니 욕심이 생겼어요. 많은 친구들이 팀에 합류했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혼자 감수하면서 크게 키웠죠. 물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고요. 지금은 송월FC가 한 단계 위로 올라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정확히 뭐라고 말씀은 못 드리지만요(웃음).” - 진경수 감독

무엇보다 팀의 규모가 늘어나면서 젊은 회원들이 많이 들어왔기에 진경수 감독은 이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선수를 은퇴한 이들에게는 추억이, 현역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진경수 감독은 “20대 초반의 회원들이 최근 16명 정도 새로 들어왔다. 대부분 선수 출신인데, 이 친구들이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밑거름을 만들어주고 싶다. 송월FC를 거쳐서 다시 현역으로 뛸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내가 바라는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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