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바이킹과 산림자원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작년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면서 중간 기착지인 핀란드 헬싱키를 갔다. 서유럽은 가끔 가지만 북유럽은 처음이었는데, 공항 상점에는 북유럽 특유의 가죽, 모피, 호박(琥珀), 나무공예 등 북유럽 산물이 많았다. 얼마 전, 핀란드 디자인 전시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있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길쭉한 돌도끼와 노키아 휴대폰, 나무 썰매와 스키, 곰의 뼈와 현대식 의자가 눈에 띈다. 이것을 보니 수천 년 전 유물과 현대 문물 사이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스칸디나비아 지역을 생각하면, 바이킹이 생각나고 그곳은 북극과 가깝고 추운 지방이라 농산물이 부족하여 남쪽으로 식량을 구하러 내려왔다. 그들은 특수하게 제작한 바이킹 선박을 타고 영국, 프랑스 등에서 약탈, 방화, 살인을 저지른 후 도주하는 야만인 행동을 했다. 오래전에 영화 ‘롱쉽’(전함 바이킹)을 본 기억이 나는데, 이들을 해적을 뜻하는 바이킹이라 불렀다.
바이킹들은 전쟁의 신 오딘을 숭배했다. 모든 바이킹의 가장 큰 소원은 칼을 손에 쥔 채 죽어서 발할라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발할라에는 오딘 신이 환영하며 모든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 중, 목요일(Thursday)은 천둥의 신 ‘토르’, 화요일(Tuesday)은 전쟁의 신 ‘티르’, 수요일(Wednesday)은 북유럽 최고의 신인 오딘(Odin, Woden), 금요일(Friday)은 오딘의 아내 프리그(Frigg)의 날이다.
그런데 서울대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의 칼럼을 보면, 바이킹 에릭손(Lief Erikson) 일행은 콜럼버스보다 5백 년 앞서 서기 1천 년쯤 아메리카에 상륙했다고 한다. 그들은 동력선이 없던 시기에 나무로 만든 배에 돛대를 달고, 전 세계 바다로 원정을 떠난 사람들이다. 핀란드 디자인이 특별한 이유는 욕심을 버린 검소한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화려한 장식 없이 기능적으로 꼭 있어야 할 것만 갖춘 디자인은 그 옛날 선조들의 생활 태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자연을 훼손해가며 기술 혁신에만 맹목적으로 매달릴 것이 아니라, 주위 환경에 적응하며 창의적으로 생존하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핀란드 디자인은 배울 점이 참 많은 것 같다. 백승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핀란드 디자인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형태의 융·복합 전시”라고 설명했다.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추운 지방에서 잘 자라는 침엽수가 많다. 나라가 부강하고 잘 살려면 숲을 잘 가꾸어야 한다. 국토 면적 대비 산림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73.1%), 일본(68.5%), 스웨덴(68.4%)에 이어, 대한민국(63.2%)이 4위로 산림자원이 풍부하다.
우리나라 산림자원 보고서를 보면, 60년대 이후 산림자원을 잘 관리하여 나무들의 70%가 30~40년생으로 목재 산업을 개발할 시기가 왔다. 나무를 베고 자르는 1차 가공 산업에서 목조건축물, 목재 팰릿, 목조 칩 등 새로운 목재시장 창출을 위한 산림경제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통한 동대문시장은 주간 단위의 새로운 의류 디자인 제품을 출시하여 세계인들이 사랑하고 있다. 특히 각종 상품디자인 분야에서 더욱 빛나길 고대한다. 앞으로 우리는 K팝, K뷰티, K푸드, K드라마, K방역 등과 더불어 목재 가공 디자인에 신경 써야겠다. 그래서 세계가 부러워하는 빛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자.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