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이종성기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KPGA 투어프로 홍상준(26)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지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나고 자란 홍상준은 지난달 20일 오전 11시경 여느 때와 같이 골프연습장으로 향하다 길에서 넘어져 부상을 당한 할머니 한 분과 마주쳤다. 할머니는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까지만 태워 달라고 했다. 홍상준은 할머니와 함께 곧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움직임이 불편한 할머니를 업고 병원으로 갔지만 할머니는 평소 다니던 병원으로 가길 원했고 홍상준은 다시 두 번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두 번째로 간 병원은 첫 번째 병원보다 허름했다. 엘리베이터도 없었다. 홍상준은 다시 할머니를 업고 2층 통증클리닉으로 향했다. 병원 접수를 마치고 할머니는 홍상준에게 그만 가도 좋다고 했지만 그는 갈 수 없었다. 치료를 마친 할머니가 혼자 어떻게 집에 가실 지 걱정이 돼 치료가 끝날 때까지 할머니 옆에 있기로 했다.
하지만 통증클리닉에서는 부상 부위가 심해 수술을 할 수도 있으니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다. 홍상준은 다시 할머니를 모시고 세 번째 병원으로 이동했다. 할머니는 자녀들이 걱정할까봐 자녀들에게 바로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홍상준은 할머니의 아들과 통화를 했고 놀란 아들은 곧바로 병원으로 왔다.
홍상준은 “두 번째 병원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할머니께서 힘들어 하셨지만 세 번째 병원은 큰 병원이라 휠체어가 있어 할머니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모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옆구리와 손바닥 부상을 입었고 무릎은 수술을 해야 했다. 할머니의 아들이 왔기에 홍상준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병원을 나섰다.
3일 뒤 할머니에게 연락이 왔다. 연신 고맙다는 말과 병원으로 놀러오라고 했다. 홍상준은 스릭슨투어 1회대회를 준비중이어서 알겠다고만 하고 갈 수 없었다.
스릭슨투어 1회대회 지역 예선을 통과한 홍상준은 지난 8일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군산CC에서 열린 ‘2020 스릭슨투어 1회대회’에 출전했으나 이븐파에 그치며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홍상준은 바로 할머니가 입원중인 광주의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을 잘 마친 할머니는 홍상준을 반겼다. 홍상준은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고 나중에 밥 한번 먹자는 말을 나눴다.
이때 같은 호실에 머물던 다른 할머니가 “저 착실한 청년은 누구냐”며 홍상준에 대해 물었고 이야기를 전해 들은 할머니는 아들이 기자라며 이런 얘기는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홍상준의 선행은 광주, 전남 지역 신문에 소개되며 세상에 알려졌다.
기사를 접한 홍상준의 모교 호남대학교에서는 그에게 경의를 표했고 광주광역시에서도 홍상준에게 ‘광주시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홍상준은 “당연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많은 연락이 와서 얼떨떨하다”고 전하면서 “외할머니 생각이 났다. 내가 도와드린 할머니도 누군가의 어머니이고 누군가의 할머니일텐데 우리 외할머니도 같은 처지에 처했다면 분명 누군가 도와줬을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KPGA 코리안투어를 목표로 실력을 갈고 닦고 있는 홍상준은 2015년 프로로 KPGA에 입회한 뒤 2018년 투어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특히 지난 2016년에는 주흥철(39)의 캐디로 호흡을 맞추며 두 번의 우승을 합작하기도 했다.
홍상준은 “전지훈련 때 주흥철 프로님을 만났고 캐디를 부탁하셔서 도와드렸다. 힘든 것보다는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함께 하는 영광도 얻었고 수준 높은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재 작은 선행으로 KPGA 6천여 회원을 비롯한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안겨준 홍상준의 발걸음은 오늘도 연습장으로 향하고 있다. 언젠가는 밟게 될 큰 무대를 그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