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으로 펼쳐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총상금 5억원, 우승상금 1억원)’에서 이지훈(34)이 연장 접전 끝에 통산 2승 달성에 성공했다.
5일 경남 창원 소재 아라미르 골프 앤 리조트 미르코스(파72. 7,245야드)에서 펼쳐진 대회 최종일 이지훈은 보기 없이 9개의 버디를 잡아내는 뒷심으로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 단독 선두로 일찌감치 경기를 끝냈다. 그는 비록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하고도 파에 머물렀지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쉽게 올라올 줄 알았던 선수들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지훈의 우승이 거의 확실시 되던 사이 챔피언조에 속한 김주형(18.CJ대한통운)이 이지훈과 2타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마지막 18번홀로 들어섰다. 김주형은 티샷으로 297야드를 보낸 뒤 핀까지 270야드를 남기고 한 두 번째 샷을 핀 4m에 붙인 뒤 이를 이글로 연결하며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다잡았던 우승을 놓칠 수도 있는 순간이었지만 이지훈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이지훈과 김주형 모두 티샷이 우측으로 밀리며 두 번째 샷으로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쇼트게임 싸움에서 이지훈은 핀 4m에 붙였고 김주형은 핀 옆 1.5m에 붙였다.
이지훈은 침착했다. 위치도 본 경기 18번홀에서 놓친 버디 퍼트 자리와 비슷했다. 이지훈은 과감하게 이 버디 퍼트를 넣었고 김주형은 버디 퍼트를 놓쳐 대단원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직후 이지훈은 “코로나19로 인해 오랜만에 대회가 개최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대회 개최에 힘써 주신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한 뒤 “지난 2017년 우승할 때는 최종라운드가 기상 악화로 취소되면서 얼떨결에 우승을 한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연장전까지 가면서 우승을 해 진짜 우승을 한 것 같다. 솔직히 타수 차이가 나서 최종라운드 편안하게 경기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되어 기쁘고 지난해 12월에 결혼한 뒤 첫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지훈은 2013년 KPGA 코리안투어 QT에서 수석으로 합격하며 투어 생활을 시작했다. 장기는 바로 아이언 샷. 2015년 그린적중률 1위(75.327%)를 할 정도로 정확한 아이언 샷을 뽐내는 이지훈의 이번 대회 아이언 샷은 매서웠다. 대회 기간 동안 그린을 놓친 경우가 5번에 불과했다.
이지훈은 대회 기간 동안 평균 71.43%의 페어웨이안착률과 93.06%의 그린적중률을 우승의 원동력으로 삼았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이지훈은 “경기 나올 때마다 우승을 목표로 하기는 한다. 하지만 올해를 계기로 대회가 1개가 열리든 10개가 열리든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경기하자고 다짐하며 임하고 있다”며 “사실 오늘도 9개의 버디를 한 줄도 잘 몰랐다. 앞으로도 성적이나 우승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즐겁게 플레이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KPGA 코리안투어 첫 출전해 최연소 우승에 도전했던 김주형은 연장전에서 1.5m 버디 퍼트를 놓쳐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골프 팬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각인시켰다.
지난해 제네시스 대상 문경준(38.휴셈)과 개인 통산 3승의 ‘테리우스’ 김태훈(35)이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 공동 3위에 오르며 대회를 마쳤다.
한편 156명의 대접전 속에 치러진 ‘우성종합건설 아라미르CC 부산경남오픈’은 이지훈의 뜻 깊은 우승을 비롯해 홍순상(39.다누)의 부활 샷과 ‘낚시꾼 스윙’ 최호성(47)의 헛스윙 해프닝, 대형신인 김주형의 발견 등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특히 출전 선수들의 다이내믹하고 스릴 넘치는 경기력은 올 시는 남은 대회를 더욱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