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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비다운 더비' 만든 강릉시청의 투혼


[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강릉시청축구단 선수들은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한참 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처음으로 열린 역사적인 더비를 더비답게 만든 것은 강릉시청의 투혼이었다.

1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 강릉시청의 2020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경기는 처음으로 성사된 강원의 지역 더비였다. ‘작은집’ 강릉시청은 홈구장인 강릉종합운동장을 ‘큰집’ 강원FC에 내주고 원정팀으로 경기에 임했다. 9년 먼저 창단된 팀으로서 속상할 만도 하지만 오세응 강릉시청 감독은 경기 하루 전 가진 인터뷰에서 “이 경기가 지역 주민 모두의 잔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무관중 경기로 열려 지역 더비의 분위기를 체감하기는 어려웠지만, 두 팀의 경기는 그 내용 자체로 흥미로웠다. 수비적인 전술로 나선 강릉시청이 전반 8분 만에 선제골을 넣고 단단히 뒷문을 걸어 잠그며 펼친 플레이나, 계속되는 골 불발에도 포기하지 않고 강릉시청의 골문을 두드린 강원FC의 플레이가 그랬다. 후반 44분 동점골, 연장 후반 추가시간 1분의 역전골은 집념의 결과였다. 총 126분의 경기에서 양 팀 합쳐 7장의 옐로카드가 나왔다.

마지막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1-2로 패한 강릉시청의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강릉시청 선수들은 한참 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숨을 몰아쉬었다. 더욱이 강릉시청은 선발로 나선 한승운, 이승현, 서정진, 김동섭, 교체로 나선 하태균, 문기한, 김근환 등 30대 선수들이 주축으로 이뤄진 팀이다. 강원FC의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후반전 들어 근육 경련을 호소하면서도 승리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오세응 강릉시청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아쉬워한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름대로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후반전에 체력적인 부분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부상 선수들이 생기면서 로테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 교체 타이밍이 계획과 차이가 있었다. 좋은 마무리를 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아쉬움은 컸지만 K리그1과 K3리그의 차이를 무색하게 한 강릉시청의 투혼은 상대팀도 인정하는 바였다. 강원FC의 결승골을 넣은 서민우는 “강릉시청에 K리그에서 활약하던 좋은 선수들이 많이 포진돼 있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예상대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병수 강원FC 감독은 강릉시청의 플레이에 대해 “수비 블록을 잘 쌓았다. 그런 상대와 경기하면 힘들다. 연장전 막판까지 가서 승부가 났기 때문에 어느 팀이 못했다고 할 수 없는 경기였다”고 평했다.

역사적인 첫 지역 더비는 기약 없는 다음을 기다리게 했다. 중계를 통해 경기를 지켜본 축구팬들은 긴장감 있는 경기와 극적인 골에 환호했다. 오세응 강릉시청 감독은 “강릉시청과 강원FC가 처음으로 만나 좋은 경기를 했다. 우리 강원도민들과 강릉시민들이 이 경기를 즐겁게 보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며 지역 더비의 가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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