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우리를 DYNAMIC(다이나믹) 강릉이라 부른다.
강릉시청축구단이 홈구장이 열리는 날이면 강릉종합운동장에는 위와 같은 슬로건이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린다. 오세응 감독은 이것이 “우리가 우리 스스로 ‘구도(球都) 강릉’이라는 자부심을 갖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999년 창단한 강릉시청은 내셔널리그 2회 우승과 2회 준우승을 비롯해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낸 실업축구 명문이다. 올해부터 내셔널리그가 K3리그로 편입되면서 명실상부 한국축구 3부리그의 강호가 된 강릉시청이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우승팀인 강릉시청은 현재 K3리그에서 6연승을 달리며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부터 강릉시청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오세응 감독은 강릉 토박이다. 옥천초, 강릉중, 강릉제일고를 거치며 축구를 했다. 30대 중반에 선수 생활을 은퇴한 뒤로는 대구협성고 감독과 청주대 코치, 경희고 감독을 거치며 10년 동안 학원축구 지도자 생활을 했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순리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성장하며 받은 것들을 되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일 열린 강원FC와의 2020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경기는 오세응 감독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강릉은 축구의 역사가 길고 열기가 뜨거워 자칭 구도, 즉 축구수도라는 자부심이 큰 도시다. 처음으로 성사된 지역 더비는 강릉 토박이인 오세응 감독을 흥분시켰다. 비록 무관중 경기였지만, 오세응 감독 이하 강릉시청 선수단이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할 이유는 충분했다.
강릉시청은 연장전 끝에 1-2로 아쉽게 졌다. 오세응 감독은 패배에 대한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역사적인 지역 더비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우리 강원도민들과 강릉시민들이 이 경기를 즐겁게 보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함께 하며, 지역의 자부심을 지키는, 지역을 위한 팀이 되겠다는 것. 오세응 감독이 7년째 강릉시청을 이끌어온 철학이다.
-강원FC와의 맞대결은 어떤 의미인가.
2014년 FA컵 때 강릉시청과 강원FC가 모두 8강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우리는 전북현대에 2-3으로 졌고, 강원FC 역시 준결승에 오르지 못하면서 맞대결이 성사되지 않았다. 그렇게 기회가 지나가고는 기약이 없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어렵게 성사된 경기다.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척 의미가 크다. 강릉의 축구 열기를 알지 않나. 연습경기만 한다고 해도 많은 관중이 모여든다. 이번에는 공식 경기니 무관중 경기가 아니었다면 엄청난 경기가 됐을 것 같다.
-무관중 경기라 아쉬움이 클 것 같다.
아쉽지만 중계로라도 볼 수 있으니까.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물론 부담스러운 경기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주민들에게 좋은 이벤트가 됐으면 한다. 경기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그런 건강한 게임을 만든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한상운, 하태균, 이승현, 김동섭, 서정진 등 이름 있는 선수들이 대거 영입됐다.
우리 선수들 명단을 보면 알겠지만 커리어 면에서 어디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프로에서 경험을 축적한 선수들이기에 연륜과 노하우가 있다. 전체적으로 선수층이 탄탄하다. 지난해보다 평균 연령이 높아졌는데, 신구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은 강릉시청에서 선수 생활 마무리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장래성이 있는 선수들은 강릉시청에서 개인기량을 더 발전시켜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길 바란다. 그것이 건강한 팀인 것 같다. 개인과 팀이 함께 발전하는 것. 선수들이 좋은 리그로 간다면 축하해줘야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보다는 그런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도 발전하고 강릉시청도 거듭날 수 있다. 선수들 개개인을 들여다보면 모두 저마다의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다. 외로움이 있던 친구들이라 그것을 동기부여로 연결해 더 발전할 수 있게 하려 노력하고 있다. 모두 열심히 해주고 있으니 감사하다.
-강릉에서 축구를 했던 선수들도 있다.
한상운과 하태균이 강릉제일고 1년 선후배 사이다. 문성고 출신인 이민수도 있다. 그 외에도 강릉 출신 선수들이 많이 있다. 또한 우리 팀에 들어오면서 강릉에 이사를 와 살림을 꾸려가는 선수들도 많다. 다 합치면 50퍼센트 정도가 된다. 선수들이 강릉시민이 된다는 것은 우리가 강릉의 팀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강릉시민들과 이웃이 되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현재 K3리그에서 6연승을 달리고 있는데.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으니 기뻐하기는 이르다. 더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이 더 기대된다. 우리 색깔을 더 깊이 있게 만들 계획이다.
-기존 내셔널리그와 통합 K3리그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뚜껑을 열어보니 미세하지만 내셔널리그 출신 팀들과 기존 K3리그 팀들 간의 차이가 조금 있다. 현재 순위를 보면 상위권 대부분을 내셔널리그 출신 팀들이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상향평준화다. 상위권 팀들이 하위권 팀들을 끌어올리면서 전체적인 경기력이 올라가야 한다. 그래야 탄탄한 K3리그를 만들 수 있다.
-2014년부터 강릉시청을 맡고 있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나.
1999년 창단 이후 전임자들의 많은 노력으로 좋은 팀으로 성장했다. 나는 2014년에 부임했으니 올해로 7년차다. 처음 부임했을 때와 비교하면 시간이 흐른 만큼 많은 발전이 있었다. 우리 팀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선수들의 수준이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강릉시청은 ‘구도(球都) 강릉’에 걸맞게 늘 리그를 선도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
-강릉 출신 감독으로서 강릉시청을 지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강릉 토박이라서 무척 영광이다. 강릉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했고, 30대 중반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지도자가 된 후로는 학원축구에 오래 몸담았다. 그러다 고향에 돌아와 봉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나이가 들면 모두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지지 않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고향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고 싶었다. 축구를 통해 강릉시민 모두가 화합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왔다. 이곳에서 성장하며 받은 것들을 되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
-지역 밀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지난해부터 유소년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도 계획이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아직 못하고 있다. 강릉시청 유소년 팀뿐만 아니라 강릉 전체에 있는 학원팀과 클럽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강릉시청 선수들이 가르치고 같이 공을 차면서 진행한다. 초등부는 보통 골키퍼 전문 코치가 없기 때문에 우리 클리닉이 좋은 경험이 된다. ‘우리를 다이나믹 강릉이라 부른다’가 우리 슬로건인데, 유소년 클리닉도 같은 맥락 안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축구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강릉이다. 축구를 통해 같이 즐기고 열정을 공유하는 것, 그렇게 주민들과 하나 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