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세미원에 가서 연꽃 보며 여름을 이겨내자 / 류시호 작가
연꽃이 피는 계절 세미원(洗美苑)에 갔다.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이 많이 방문하였다.세미원은 "한강을 맑게, 아름답게, 풍요롭게"하자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수생식물을 활용해서 한강을 맑고 아름답게 보전하고자 세미원이 탄생했다. 세미원이 있는 두물머리에서 조금 내려가면 수도권 2천3백만명의 식수를 제공하는 팔당댐이 있다.
재단법인 세미원은 물과 꽃의 정원으로 가꾸고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환경교육장을 이루어가는 양평군 공공기관이다. 세미원 연꽃박물관은 연꽃이라는 단일한 테마 아래 연꽃관련 생활용품, 고서, 음식 등의 유물이 전시된 세계 유일의 박물관으로 11년 전 개관했다.]
연꽃은 불교가 이 땅에 정착되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의 불상의 좌대나 불교행사에 연꽃문양이 생활 속에 다양하게 자리 잡았다. 이후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 선조들의 일상생활 속에 화려하게 함께했다.
특히 이곳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제주도 유배생활 중에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세한도를 정원으로 꾸민 세한정이 있다. 조선의 문인들뿐만 아니라 중국의 문인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은 세한도인데 세미원내 별도 공간의 정원을 만들었다. 이 세한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인 교수가 일본으로 가져갔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건물입구에는 추사를 흠모하며 고고한 소나무 한그루가 더욱 빛나 보인다.
연꽃 정원을 관람 후 배를 여러 척 이은 배다리 열수주교(烈水舟橋)를 건너면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나온다. 정조가 수원 화성에 있는 사도세자 묘소에 참배 갈 때, 정약용이 한강에 배다리를 만들어 건너도록 했다. 배다리를 건너면 T.V와 영화, 언론 등에 자주 나오는 느티나무 아래 촬영 명소가 있다. 이름도 아름다운 두물머리 강가에 서면 잔잔한 강물이 젊은 연인들을 유혹하고 아름다운 추억쌓기에 좋다. 산책 후 근처 소문난 연근과 연잎을 사용한 연핫도그를 먹을 수 있는데 맛은 별로이다.
두물머리에서 20여 분 거리에 정약용 생가가 있는 마현마을이 있다. 이른 새벽 물안개가 필 때, 연인이나 부부가 물안개를 보며 산책을 하고 차 한잔하면 추억 쌓기에 좋다. 그리고 시인은 시심(詩心)이 발동하고 화가나 수필가, 소설가들은 글감과 스토리를 얻는다. 정약용 생가에는 실학박물관이 있고 정조의 총애를 받다가 정조 서거 후 전라도 강진의 18년간 유배 기간 동안 저술한 목민심서 등이 있다. 강 건너 퇴촌 분원리는 조선시대 백자를 만들던 곳으로 지금은 팔당댐에서 건진 붕어찜이 일품이다. 가슴이 답답할 때 마현마을이나 두물머리에 가서 혼탁한 마음을 씻고, 새로움에 도전하며 살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