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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활약 속 팀 구해낸 박주영, FA컵 우승했던 5년 전과 ‘데자뷔’ 가능할까?


[뉴스시선집중, 임 장순기자]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박주영은 오랜 해외 생활을 마치고 ‘백의종군’하겠다는 자세로 FC서울에 돌아왔다. 그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힘겨워하면서도 큰 경기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이며 서울 팬들을 즐겁게 했다.

박주영에게 2015년 최고의 명장면은 그해 7월 열린 FA컵 8강전이었다. 그는 시즌 첫 멀티골을 성공시키며 포항스틸러스를 상대로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주영의 활약 덕분에 난적 포항을 꺾은 서울은 이후 울산현대, 인천유나이티드를 물리치며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비록 박주영은 무릎 상태가 악화돼 FA컵 4강과 결승전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8강전에서 떨어질 뻔한 팀을 건져올린 것만으로도 활약은 충분했다.

2016년에도 박주영은 FA컵에서 4도움을 올리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번에도 박주영의 활약 속에 FA컵에서 승승장구한 서울은 결승까지 올랐다. 결승전 맞상대는 수원삼성. 결승전에서 성사된 ‘슈퍼매치’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부상으로 인해 결승 1차전에 결장한 박주영은 2차전에서 2도움을 올리며 ‘특급 도우미’로 활약했지만 아쉽게도 팀은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박주영이 서울에 복귀한 지도 어언 5년이 흘렀다. 서울은 어느 해보다 혹독한 시련을 겪는 가운데서도 FA컵에서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역시 박주영이 있다.

박주영은 15일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2020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활약 속에 팀을 8강에 올려놨다. 박주영은 0-1로 뒤진 후반 중반 조영욱이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으나 디딤발이 미끄러지며 넘어져 실축하고 말았다. 박주영이 찬 공은 골대를 훌쩍 벗어나 관중석 상단으로 날아갈 정도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경기 후 박주영의 페널티킥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슈팅이 나왔다”며 웃었지만 박주영 입장에선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박주영의 진가가 나왔다. 박주영은 후반 38분 고광민이 왼쪽 측면에서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를 훌쩍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갈라 1-1 동점을 만들었다. 정규시간을 1-1로 마친 양 팀은 연장전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까지 갔다.

서울이 3-2로 앞선 가운데 마지막 키커로 박주영이 나섰다. 박주영이 넣으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후반전 페널티킥을 어이없이 실축한 박주영은 이번에는 침착하게 볼을 차 넣으며 FA컵 8강행을 확정했다. 박주영은 평소보다 더 크게 포효하며 기쁨의 순간을 즐겼다.

경기 후 박주영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자신의 활약을 돌아봤다. 그는 “후반전에 페널티킥을 실축할 때는 강하게 차려고 했는데 땅이 미끄러워서 실수했다. 마지막 승부차기 키커로 나설 때는 넣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주영은 “처음에 페널티킥을 놓쳤기 때문에 선수들이 나에게 ‘죽다 살았네’라고 말하더라. 기뻐서 소리를 질렀다”며 평소보다 더 크게 세리머니한 이유를 밝혔다.

5년 전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되는 순간이다. 5년 전에도 팀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낸 박주영은 이번에도 롤러코스터 활약 끝에 다시금 해결사로 나섰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5년 전 FA컵 상대인 포항과 이번 상대인 대전은 모두 황선홍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팀이었다. 박주영이 활약하는 가운데 황선홍의 팀을 꺾고 결승에 올라 우승했던 2015년의 패턴이 이번에도 재현될지 궁금하다.

박주영은 이렇게 말하며 인터뷰장을 떠났다. “FA컵은 중요한 대회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이라는 타이틀이 걸려있다.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다. 이런 기회를 통해 반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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